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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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리처드 버클은 이 책을 1950년대부터 구상했다고 합니다.  초판이 나오는 1971년까지 그가 한 작업은 어마 어마 합니다.  당시 아직 생존해 있던 니진스키의 가족과 옛 동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고 그 중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추려서 완결 하기 까지 필요한 시간이 그만큼 길었던 것 같습니다.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제법 긴 세월을 다루는 장은 1898-1908까지  페테르부르크 황립 발레학교 시절을 다룬 1장과 발병 이후 사망하기까지 30년 세월을 다룬 8장이고,  2장-7장까지는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상세한 이야기들이 다루어집니다. 초반부는 니진스키라는 인물이 눈에 띄는 재능 있는 학생으로 주역으로 발탁되기 까지의 과정과 당시 러시아의 분위기, 그리고 서로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 댜길레프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발레뤼스가 탄생하기까지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니진스키의 이야기가 가려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발레의 역사를 바꾸는 천재 무용수로 인정받고, 안무에서도 전통과는 다른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면 니진스키의 삶 자체가 어떤 소설 보다 극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실제 시간을 살고 있던 그는 결코 앞 날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러한 전개를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그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격게 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발병의 원인은 확실히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전의 세계를 깨고 나왔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도전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천재가 너무 깊이 자신 속으로 숨어버려 다시 세상에 나오지 않고(못하고) 사망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목신의 오후>, <유희>, <봄의 제전> 그리고 <틸>(틸 오엘린슈피겔) 의 원형을 확인해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안타깝습니다.

이 책은 니진스키를 알든 모르든 현대 문화사에 관심이 있거나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지나간 과거를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할 수 있지만,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티끌 만큼이라도 차이를 만듭니다. 
2021년에 돌아보는 1909년은 아주 한참 옛날 같지만, 그 시기에 바로 현대가 탄생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저 조각조각 알고 있던 20세기 초반에 활동했거나 활동을 시작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이 매력적인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을 추고, 30년 동안 빛을 잃어 갔다 - P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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