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하고 엄격한 종교적 분위 속에서 성장한 주인공 클라이드 그리피스. 그가 사회에서 처음 사귄 친구들은 ‘오늘만 사는 사람‘들 처럼 자신들의 ‘젊음‘을 한껏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세우는 미래에 대해 계획은 상상처럼 공허한 말들 뿐이고 막연합니다.( 사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전에 없이 ‘벌이‘가 좋아진 그의 선택은 처음에는 경멸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었고, 발전적인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특히, 그가 한 눈에 반한 호튼스에 대한 집착이랄까 그녀가 이용하는대로 움직이게 되는 그의 모습은 이후의 사건들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산가 큰아버지‘를 만난 후 인생 최대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막상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그는 좋은 자리를 잡을 능력이 없었습니다. 사촌 길버트의 적대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자산가의 조카‘라는 막연한 지위로 사람들의 관심과 오해를 샀고 그것이 본인에게도 비극의 서막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후 그의 선택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좋지 않은 쪽이었습니다.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 견고해졌고 ‘부와 명성‘에 대한 욕망은 커져갔습니다. 게다가 ‘그리피스‘ 집안 만큼이나 부유한 집안의 사랑스러운 손드라가 기꺼이 그가 바라마지 않는 ‘사교계‘에 들어갈 열쇠가 되어주고 함께 도주하여 결혼하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녀의 부모가 반대하겠지만 결혼 한 다음엔 그 집안의 유산도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은 자명해 보였습니다.
부잣집 아가씨의 변덕은 차치하고라도 지나치게 낭만적인 청사진이지만 클라이드의 생각으로는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다가온 꿈이었던 것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자신조차도 계급을 나누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런 꿈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그의 선택은 더욱 더 안타깝습니다.
어떤 악순환의 고리처럼 혹은 그의 큰아버지 새뮤얼이 생각했듯 적당한 교육을 받지못했고, 재능을 펼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그런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까 생각하게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한다고 하지만 결국 부를 지키기 위해 소비되는 노동자, 부모 덕에 편안한 생활을 당연하게 누리는 소수의 부유층. 그리도 빠듯하지만 어쨌든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사회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아메리카의 비극‘일까 생각해 봅니다.
계층 간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21세기 들어 더욱 견고해 졌다고 하지만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에는 아예 대 놓고 신분에 대한 구별이 있습니다.
‘클라이드 그리피스‘라는 인물이 단지 그런 사회적 시스템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특히, 이 작품이 1925년 발표됐다는 점이 놀랍다.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긴 하지만,
근대에서 현대로의 전환, 산업화가 놀랍도록 이른 시기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인물 들에 대해 ‘판단‘은 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세밀한 묘사가 이루어집니다. 3부의 수사과정과 인물간의 심리전을 벌이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약 10여년간의 이야기가 수 많은 인물들과 함께 장장 1400여 페이지에 걸쳐 펼쳐집니다.
시작처럼 마지막 장면은 모든 일이 지나간 뒤 다시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하는 그리피스 부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부분이 일상적인 듯하면서도 마음이 좀 아릿합니다.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작품에 쑥 들어갔다 나온 듯 읽는 재미가 매우 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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