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인 ‘나’는 바로 ‘살인기계’ 머더봇입니다. 보안유닛이고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회사에서는 ‘분실처리’됐으며 화물선을 타고 떠돌고 있습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에 이번에 선택한 건 연구용 수송선입니다. 선체를 스캔해보고 조용히 한 구석에서 인간들이 만든 ‘드라마’를 보며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선박이 말을 걸어옵니다. 이제 두 개체간에 피드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의견을 나누고 ‘나’는 짜증나지만 바른소리도 하고 자신의 최대 장점을 살려 데이터를 모아주기도 하는 이 ART( 짜증나는 연구용 수송선 Asshole Research Transport)의 도움을 받아 이번 주기에 들이닥친 일들과 내가 알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나갑니다.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크게 틀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나’의 서술은 매우 담백합니다. 감정적인 인간이 화자가 아니고 비기계적인 부분이 살아있어도 ‘유닛’이라는 특징을 십분 살려냈다고 할지, 군더더기 없이 눈 앞에 한 장면 한 장면을 펼쳐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는 장면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관점에서 그의 생각과 행동을 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모든 소설 혹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그렇겠습니다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개념들이 꽤 많았음에도 지루한 부분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머더봇 다이어리-통제불능’을 먼저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