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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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의 거목이라 불리는 박완서 작가의 타계 10주년으로 재발간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게 되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경험으로 박완서가 그리는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쓰고 자서전이라고 읽는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를 통해 증거로 남겼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식구들의 보호자가 되어 피난길에 오른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남겨진 자리에서 폐허가 된 서울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박완서는 언젠가는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예감이 맞았다. 박완서 작가만이 증언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로 남겼다. 박완서의 처녀작인 [나목]에서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박완서 작가는 글을 써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남겼다. 산증인이다. 이것이 박완서 작가를 거목이라고 칭하는 이유일 것이다. 글로 남기고자 했던 그 아픔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싱아라는 단어는 어느새, 한때는 흔했으나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어떤 것,

더듬더듬 기억으로 복원해낼 수밖에 없는 한 시절을 형상화한 상징물이 된 게 아닌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 정이현(소설가)

 

'송도에서 남서쪽으로 이십 리가량 떨어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이라는 이십 호가 채 안 되는 벽촌 마을'에서 자란 박완서는 빛났다. 가족들의 사랑, 특히 할아버지의 사랑이 특별했으며 주변의 산과 들의 세상이 아름다웠다. 시골에 있는 모든 것들이 풍요로웠다.

학교를 가기 위해 서울이라는 낯선 곳으로 옮겨오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성장 소설에서 보여주듯이 서울 살이의 적응은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박완서 작가는 성장한다. 책을 사랑하게 되는 박완서 작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매주 책을 읽고 싶어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이 흐뭇하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일상이 정지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박완서 작가의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과 풋풋한 학창 시절의 모습에서 갑자기 모든 성장이 멈쳐버린다.

세상은 폐허가 되어버린다.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을 박완서 작가는 이야기를 남기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끝이 난다.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것 같다. 뒷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든다.

찬란한 어린 시절과 성장 과장을 흠뻑 취해 보고 싶다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기를 추천한다. 아픈 역사의 순간순간의 모습에서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녀와 함께 세상 이야기 들어보길 추천한다. 뒷이야기 너무 궁금하다. 세상이 어찌 바뀔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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