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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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도 없이 권여선 작가님의 장편소설 [토우의 집]을 읽게 되었다. 소년, 소녀의 등장으로 성장 소설인가 추측하며 읽어가다 전개될수록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에 놀랐다.

[토우의 집]은 1974년 인혁당 사건(인민혁명당 사건, 1964-1974년 유신정권 당시 정치 권력에 종속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불법이 낳은 대표적 사법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을 중심으로 이끌어 가지는 않지만 그로인해 한 가정과 한마을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인혁당 사건의 정보를 알고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들의 삶이 더 슬프게 와닿을 것이다.

 

 

삼악산 경사를 끼고 형성된 삼악동, 삼악산 중턱에 위치한 우물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물집은 안주인 수분과 남편 큰아들 금철, 작은 아들 은철이 살고 있으며 세 놓아먹고 살고 있다. 우물집 바깥채로 세 들어오는 새댁네는 남편 안덕규와 큰딸 영, 작은 딸 원이 있다.

우물집 아들 은철과 새댁네 작은 딸 원은 7살, 은철과 원은 스파이가 되어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대화를 몰라 엿듣기도 하며 정보를 모은다. 스파이란 나쁜 사람을 알아내 복수하는 것이다. 독약을 만들 때 이름과 함께 주문을 외워 저주를 내리고 우물 주위에 뿌리는 것이다.

은철과 원은 새댁네와 함께 은행 놀이를 하며 셈 공부도 하고 오뎅을 함께 먹으며 형과 누나에게 비밀로 하기로 하며 추억을 쌓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오늘은 우리 집에 손님이 오셔서 은철이가 놀러 오면 안 되겠다.

토우의 집 148p                         

 

새댁네와 은철과 원의 일상이 깨어지면서 모든 것이 변화기 시작한다. 은철은 다리를 다치게 되고 원은 아빠와 엄마를 잃고 말을 잃는다.

어머니는 변했다. 예전에 어머니와 냄비국수를 사 먹던 날은 이렇지 않았다. 냄비 국수가 나왔을 때 어머니는 고춧가루를 뿌려줄까 물었고 입천장을 데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고 계란이 잘아도 온 거라고 했다. 먹는 내내 어머니는 쉬지 않고 자기와 얘기를 나누었다. 어른들께 말할 때는 안 먹으세요 하는 게 아니라 안 잡수세요 하는 거라고, 영에게 예쁜 타이즈를 사줄 거라고, 타이즈 안 신고 양말 신기를 백 번이나 잘했다고도 했다.

변했다.

토우의 집 297-298p

 

 

원은 음식을 함부로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우물에 묶여서 벌을 받게 된다. 그때 내린 저주 때문에 아버지가 흙더미 속에 파묻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아빠를 잃고 엄마를 잃은 원은 어떻게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혹시 지금 세상을 향해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은철과 원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군가에 의해 나의 삶이 뒤틀어져 버린다면 그 슬픔을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을까?

원이 말을 다시 찾을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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