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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 부의 격차를 좁히는 진짜 돈의 모습
필립 바구스.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 북모먼트 / 2025년 1월
평점 :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의 화폐경제를 비판하는 책이다. 금과같이 실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금을 새로 캐지 않는 한 돈이 새로 생겨나지 않는 가상의 국가를 '작은 도시'라고 명명하고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현재의 화폐 경제는 은행의 대출이나 국가의 국채 발행 등으로 계속해서 화폐가 새로 생겨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은행은 '지급준비율'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자신이 실제 가진 돈보다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고, 그래서 대출을 일으킬수록 돈은 점차 시중에 풀려나게 된다.
시중에 풀려나는 돈이 많아질수록 돈의 가치는 줄어든다. 그래서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제일 처음 늘어난 돈을 얻은 사람이 이득을 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돈을 추가로 확보했으나 아직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물건들을 많은 돈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돈을 확보한 사람이 가장 손해다. 물가가 다 오른 상태에서 돈을 얻기 때문이다.
누가 가장 먼저 돈을 획득할까. 돈을 만들어내는 국가와 은행, 아니면 용기있게 대출을 받는 자 이다. 제일 마지막에 돈을 얻는 사람은 저축만 착실히 하는 일반 시민이다. 인플레이션이 클수록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대출의 이자 금액은 그대로이나 그 가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와 같이 돈을 새로 찍어낼 수 없는 도시는 서로 투자에 의한 부를 얻으려고 탐욕을 부릴 필요도 없고, 그래서 자신의 일을 착실히 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 돈이 잔뜩 풀렸을 때 처럼, 직장에서 일하기보다 투자나 투기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돈이 늘어나지 않으므로 향후 물가가 떨어질 수 있고, 따라서 돈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의지가 높아진다. 서로 돕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도시에 만약 돈이 풀린다면 일시적으로는 돈이 돌면서 경제가 활황을 띄고 그 맛에 취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거품이 쌓이게 되고 쌓인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된다. 거품이 꺼지는 것의 고통은 생각보다 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제 환경에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해지게 된다. 개입으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또 야기되면서 다른 곳까지 자꾸만 손보게 되면서 개입이 증가되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작은 도시는 시장에 의해 물가가 알아서 조절이 될 것이나,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면 점차 그 개입이 늘어나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이렇게 불어나는 돈으로 경제를 유지해 왔고,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을 겪어왔다. 정부는 여기에 '물가안정'을 핑계로 개입하여 정책으로 옥죄고, 물가 상승의 원인을 '탐욕적인 투자자'를 탓하는 쪽으로 몰고 갔다. 정부는 개입을 통해 국민들이 더 의존하게 만들면서 권력을 얻고, 국채 발행으로 돈을 풀 때는 그 이득을 가장 먼저 취한다.
코로나 이후엔 각국에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풀었고, 이로 인한 급격한 물가 상승이 있었다. 정부는 투자자 탓을 하며 또 옥죄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 이렇게 늘어나는 돈과 불어난 거품을 강제로 줄이는 화폐개혁과 같은 작업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급진적 개혁은 너무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길 것이고, 이는 인기로 지지율을 얻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구지 감행하려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실을 알리고자 책을 썼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학설이라고 한다. 저자가 예를 든 '작은 도시'와 같은 나라가 없어서 사람들이 현 화폐제도의 문제점을 비교해 볼 대상이 없기 때문에 더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의 거품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경고하던 문제이다. 세계 중앙은행은 2%의 물가 상승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고 이를 목표로 금리정책 등을 수립하고 있다. 과연 매년 지속적인 2%의 물가 '상승'은 괜찮은 것인가?
정말 저자의 말대로 작은 정부, 아니 아예 개입하지 않는 시장 경제가 답일까. 지금의 거품과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경제 상황이 너무나 위태로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