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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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를 ‘우리 은하’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우리 은하를 관측하여 보이는 수많은 별들의 모습을 우리는 ‘은하수’라고 부르는데, 이 책은 ‘우리 은하’를 의인화하여 우리은하가 자신의 입장에서 인간에게 우주의 지난 130억년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는 우주의 탄생부터 우리은하의 탄생과 여러 은하들의 충돌과 찢김, 은하 안에서 가스를 이용한 항성의 탄생과 소멸 등 우주가 거쳐 온 여러 과정들이 은하와 별들의 ‘만남과 이별’ 같은 관계에 빗댄 이야기로 소개가 되고 있다. 빅뱅의 순간부터 우주가 팽창하면서 각 은하들끼리의 중력의 크기에 따른 모습의 변화와 암흑물질, 블랙홀과 같은 우리가 많이 들어보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4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한핵력, 강한핵력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사람들이 우주를 관찰하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을 우리 은하 입장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미국식 개그가 섞여서 위트있게 소개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나오는 빅뱅이론을 뒷받침 하는 우주배경복사와 적색편이에 대한 설명도 문학적으로 설명해주어서 다소 편안하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교양 서적이지만, 워낙에 광범위하고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이다보니 천체물리학을 아예 처음 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빅뱅과 우주의 탄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 집중해서 책을 읽다보면, 장대한 우리 은하의 입장으로 시야를 엄청나게 확장시켜 지구를 내려다보는 관점을 취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고요하고 어두운 우주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작용하면서 별이 생성되고 소멸되며, 행성이 항성을 돌고 있고, 몇억광년도 짧게 느껴지는 긴긴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안에서 고작 100년 가까이 살다 가는 작은 사람의 존재란 무엇일까.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수소와 헬륨을 비롯한 원소가 생겨나면서 별이 생겼고, 같은 물질을 이용해 생명체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생명체는 죽고 나면 또다시 자신을 구성하는 물질로 분해되면서 우주의 구성 물질로 돌아간다. 책을 읽다보면 이러한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의 욕망과 감정들은 나라는 개인 안에서는 너무나 큰 것이지만, 전 우주적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서 들여다보면 얼마나 짧고 부질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인간과 생명체, 모든 우주가 다 같은 물질을 공유하는 연결된 존재이고, 죽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은 다 무엇일까.

빅뱅으로 팽창하는 우주의 마지막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에 대한 소개가 재미있었다. 계속 팽창하다가 결국은 차가워지는가, 아니면 수축하면서 뜨거워지는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가. 너무 먼 미래이고 당장 내일을 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식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믿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답,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모두 우리가 생겨나게 된 근원, 우주의 탄생과 그 비밀을 이해하는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어려웠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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