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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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무엇을 먹고 무슨 옷을 입을까 하는 소소한 선택부터 크게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집을 구매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 등 크고 작은 선택을 거쳐 지금의 내 모습이 형성되었다. 수많은 선택의 결과가 잠깐의 즐거움이나 후회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으로 인해 삶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하기 때문에 중대한 선택일수록 누구나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곤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어려운 선택은 ‘결혼을 할 것인가’와 ‘아이를 낳을 것인가’다. 이와 같이 어렵고 중대한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답을 찾아야 가장 합리적인걸까.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 역시 결혼을 할까 말까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종이의 양쪽에 나열하다가 결국 결혼한다. 결혼한다. 결혼한다!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저자는 노벨상까지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로, 고전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관점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삶에서 맞이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윈이 적었다는 결혼의 장단점 표를 보고 그저 웃음이 나왔다. 결혼과 자녀 양육이라는 문제는 직접 겪어본 나 역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하는 ‘must’의 의미를 담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으며, 다른 가정의 삶은 또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삶이란 O/X로 간략하게 떨어지는 ‘합리적인’ 상황 자체가 아니며 수많은 상황과 그것을 겪는 사람의 감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과정에서 변화를 지속적으로 맞이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종이에 장‧단점을 나열해서 그것의 개수를 비교해가며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해 왜 우리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없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선택 이후의 삶을 알 수 없음을, 삶의 대부분을 쾌락속에 살다가 가끔씩 공허를 느끼는 사람의 예와 자신의 이득과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고 타인을 위해 비합리적인 듯한 선택을 하는 사람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인생에서 만족을 느끼거나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여기는 데에는, 단순히 표면적인 득과 실을 넘어 내가 열망하는 모습과 정체성, 자아감 등이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꾸만 변화하는 여러 사람의 가치관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후 변동 없이 정해진 목표로 가는 길은 없다. 도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도 맞이하게 되고, 이를 겪은 나 자신은 선택 이전과 달리 변화하게 된다. 종국에는 목표마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삶에서의 선택을 대하는 태도는, 과학자나 경제학자와 같은 합리적인 답을 찾으려는 태도가 아닌 ‘예술가’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작품의 결론을 정해두지 않고, 만드는 과정에서 앞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한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지금 당장 ‘완벽한 선택’을 한 후 걸어나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삶은 완벽한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맛보고 음미하는 것이다. 걸어가다 이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되돌아가면 될 일이다.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실패한 것이라는, 완벽주의적인 생각을 버리면 오히려 많은 경험과 선택지를 통해 삶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 완벽한 출발이란 없다. 다양한 삶이 어우러져 지금의 세상을 이루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주어진 삶을 충실히 느끼고 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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