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을 만나면 - 20대에는 워킹홀리데이, 40대에는 힐링홀리데이
최화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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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던 40을 맞이한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호주를 다시 찾아 두 달간 생활한 이야기이다. 남편과 나의 일 때문에 아이와의 여행이 참 쉽지 않은데, 코로나도 끝나고 다들 여행을 다니는 요즘 대리 힐링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저자에게 40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40을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삶을 리셋(reset)하고 새로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둘째를 낳고 결심했던 호주살이를 시작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녀온 호주는 저자를 많이 성장시켰고, 저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행을 하는 듯 흠뻑 빠져들었고, 여행 후 저자가 느낀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우선순위들’에 깊이 공감하며 내 삶을 돌아보았다.

저자가 한 ‘배거본딩(Vagabonding:방랑 또는 유랑,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여름 휴가에 떠나는 여행이 아닌, 더 긴 시간을 들여 더 깊이 관찰하며 세상을 걷는 여행 전통)’과 같은 여행이 바로 내가 꿈꾸는 여행의 모습이었다. 너무 늙어버리기 전에 꼭, 이런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이란, 낯선 장소에 나를 둔 채 현재의 모든 고민과 해결해야 할 일을 잊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의 고뇌를 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사람들이 여독에 허우적대기도 하고, 또다시 여행지를 찾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혼 시절에 다녀온 여행지에서의 추억도 떠올랐고, 아이와 다녀왔던 여행지에서의 기억도 떠올랐다. 예전에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잠시 다녀왔던 시드니에서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우선순위들’ 네 가지 모두 깊이 공감이 되었다. 삶에 필요한 것만 남기자. 나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새이버링(Savoring:향유하기)하고 감사하자. 지혜로운 반려자를 만들자(지혜로운 나 자신이라는 반려자를 만들기 위한 독서). 네 가지 모두 곱씹어 보았다. 특히 삶의 매 순간을 향유하고 음미한다는 ‘새이버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와닿았다. 어느순간부터 놓치고 살던 것이 아니던가.

아이와 남편과 우리 가족이 아무 거리낌 없이 긴 시간 여행을 떠날 여유를 만들기 위해 또다시 열심히 달리겠지만, 그러면서도 그 과정의 모든 삶의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저자의 ‘읽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들이는 당신은 분명 멋진 사람일 거에요!’라는 편지의 내용이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삶의 면면에 온전히 나의 시간과 마음을 들인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내 삶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멋진 삶, 감사하는 삶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저자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했다면, 독자인 나도 책을 통해 한발짝 성장했다. 여행지를 알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한 여독이 남아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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