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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연사 - 생물법칙은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롭 던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 2023년 4월
평점 :
생태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생물 다양성’이다.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가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있지만, ‘생물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책에서도 ‘다양성-안정성 이론’이라는 용어로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에서 생물은 그 종의 수가 다양할수록 환경의 변화로부터 살아남는 종이 생긴다. 포식자의 입장에서는 잡아먹던 한 종이 멸종되어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유리하다. 한 종 내에서도 환경의 변화로부터 멸종되지 않으려면 유전적인 다양성이 중요하다.
생명체는 탄생 이후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생물은 살아남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멸종되어 왔다. 이것이 ‘적자 생존의 원리’로 설명되는 다윈의 ‘자연 선택’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메가플레이트 실험’을 보면 생물의 진화 과정을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 동그란 배지의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갈수록 항생제의 농도를 높아지게 만들고 항생제가 전혀 없는 가장자리에 미생물을 배양하면, 20분에 한 번씩 분열하는 이들은 항생제 저항성을 갖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결국 단 10일만에 배지의 중심까지 가득차게 된다. 돌연변이 등으로 갖춘 유전적 다양성이 환경의 변화로부터 이들을 멸종되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한 장소에 고립된 종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 가능한 종 보다 종의 분화가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진화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갖추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신비롭다.
인간 역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생물 종 중 하나로서, 이러한 진화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 극히 짧은 시간만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 환경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인간이 초래한 오염과 변화로 이미 많은 종이 멸종했고, 지구의 기후가 상승하고 있다.
인간은 이미 여러 종의 유전자 염기 서열도 분석했고,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생물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나면 인간이 아는 것은 전 지구 생명체의 극히 일부임을 알게 된다. 지구에는 눈에 보이는 생물체보다 아주 작은 미생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연구하기 힘든 극한 환경에 사는 미생물도 아주 많은데다 사람은 자신의 몸 속에 사는 미생물조차 다 알고 있지 않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환경의 변화로 사라진 생물이 아주 많을 것이다.
우리가 미처 만나지 못한 미생물들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른다. 그런데 기후가 상승하면서 인간이 이들을 피해서 살 수 있는 적정 기후의 지역이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이주가 필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 마주치는 생물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코로나19나 최근에 다시 등장한 결핵 역시 환경의 변화와 여행 등으로 인한 결과이다.
기후를 비롯한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문제를 여전히 기술로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미생물들과의 공생관계를 생각 할 때, 그리고 수학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아주 복잡한 생명의 특성 등을 생각할 때 원상복구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자연체계와 비슷하지만 일부가 빠진, 자연체계는 아닌 복제물을 낳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화성에 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얽힌 미생물들을 다 가져갈 수 있는가. 그들과 얽힌 다른 미생물들을 모두 골라갈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른 미생물들이 함께 이동할 수도 있다.
인간은 지구의 수많은 생물체 중 하나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람이 보다 겸손해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멸종한다면, 지구에는 언제 우리가 있었냐는 듯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종이 번성할 것이다.
인간이 너무 많이 바꾸고 변형시켜버린 지구 환경과 사라진 수많은 종들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우리에게 해로운 생물들이 이미 항생제와 제초제 등에 내성을 갖는 쪽으로 진화했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자연으로부터 답을 찾자고 말한다.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살아 남아있는 생물의 방식 중에 답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함께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