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 세대 랩소디 - 육중완밴드 첫 에세이
육중완밴드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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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관’이라는 밴드 혹은 연예인의 에세이가 아니라, ‘음악인’의 직업을 가지고 40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에세이다. 육중완, 강준우라는 두 사람의 삶의 여러 장면들이 진솔하게 쓰여있고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도 특유의 가벼운 표현으로 이야기해서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장미여관’이라는 밴드는 음악이나 밴드 이름, 그리고 멤버들에게서 느껴지는 느낌이 독특하기도 하고, 녹진한 ‘B급 감성’ 같은 게 있어서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책을 읽고나서는 그들의 성장과정과 삶의 경험이 음악에 어떻게 묻어들었는지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장미여관’이라는 이름이 황당한 과정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이 이름이 밴드 이미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재결성한 ‘육중완밴드’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다시 ‘장미여관’으로 바꾸는 건 어떨지... ^^;

개인적으로 (아내의 눈치를 잔뜩 보고 쓴) 유부남으로서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음악을 위해 인생을 쏟아넣은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연예인이 아니라 여느 40대 가장, 나이듦을 느껴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방송에서 보고 느꼈던 어리숙하고 가벼운 느낌이 가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가장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인생이 담긴 그들의 음악은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공감하며 읽다 보니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사람이 있을 때의 책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40대 유부남들의 철없어 ‘보이는’ 행동과 그 이면에 감춰진 삶의 무게가 조금은 더 이해되었다고나 할까.

40대는 늘 함께 하던 친구들도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하기 바빠 연락이 뜸해지고, 노화의 시작이 본격적으로 느껴지면서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세상의 매운맛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에서의 비유처럼 하루의 ‘노을지는 저녁’의 느낌이다. 계절로 치면 ‘가을’이 아닐까 싶다.

결코 허투루 살지 않았던 그들의 인생을 보면서 곧 다가올 나의 ‘노을지는 저녁, 낙엽지는 가을’도 느껴보았다.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노을만큼 황홀하고 낙엽만큼 다채로운 시기가 또 있을까. 책임감의 무게만큼 지나온 시간이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으니 버텨낼 만 하다. 인생은 그렇게 버텨내며 한걸음씩 내딛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남편이랑 육중완밴드 공연을 꼭 한번 보러가고 싶다. 아이는 빼고. 왠지 쓴맛 매운맛 꽤나 겪어본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찐한 감성이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이해 못했던 그 ‘B급 감성’을 이제는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팬 까지는 아니었는데, 육중완밴드 팬이 되어버렸다.

P.S : 육중완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밴드 이름은 정말 ‘장미여관’이 더 잘 어울린다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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