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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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엔딩'
제목부터 뭔가 기분이 묘하다. 작가는 38세에 2살 연하의 남편과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했다는데, 결혼한 나이와 남편이 2살 연상이라는 점은 달라도 6개월만의 결혼이라는 점이 나와 같다. 난 신혼때 다투기도 많이 했기에 남들은 어떻게 알콩달콩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제목을 보니 이들의 결혼생활엔 나와 다른 무언가 있나 싶은 궁금함에 서평단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이 볼땐 너무 좋아보여도 막상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게 사람의 삶이다. 그런데 결혼해보니 더하다. 힘듦이 있어도 남에게 다 말할수 없다. 그것이 결국 나를 깎아내리는 길이자, 결국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게 됨을 알기 때문이다. 남들이 사는 모습이 좋아보이면 '다 나름의 고생이 있고, 들여다봐야 다 아는거지.' 라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부러워서 질투나는 마음은 저 멀리 보내버린지 오래다. 이젠 누구라도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그저 보기좋고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저자도 결혼한지 5년 정도 되었다하니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이들 부부에게 아직 아이는 없지만 신혼생활 알콩달콩 하는 보습이 보기 좋았다. 남편도 무던하고 좋아보였다. 방귀를 트는 장면이 나오기에 '이래서 신혼엔딩인가?' 싶으면서, 나랑 남편은 아직 생리작용을 대놓고 트지 않았는데 그럼 아직 신혼인가? 아이가 있으니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한없이 이해심 많고 힘들어도 아내 일까지 돕던 좋은 남편이 마지막장에 큰 한방을 날리는데, 그것과 함께 신혼이 끝났다고 한다. 숨겨왔던 남편의 큰 빚으로 뒤늦게 수습을 하게 된 상황, 그저 소박하고 돈 씀씀이에 관심 없는 줄 알았던 남편이 알고보니 과소비요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 3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 사실과 배신감. 많이 막막할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대출을 막아보려고 고군분투 하는 저자의 글에서 비장함이 느껴지면서, 이런게 부부인가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결혼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먼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생활하려면 마냥 무시할수도 없는 것인데 배우자의 어마어마한 씀씀이를 알고 많이 화가나면서도 이해해 보려 애쓰고 끝까지 해결해보려는 저자에게 마음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사는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별거 없다 싶기도 하고, 왜 삶은 노력을 해도 고통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결혼이란 뭘까? 단지 2세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연애와 결혼은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연애때는 충분히 존중할 수 있던 것이 결혼으로 넘어오면 힘들어지는 것도 생긴다. 왜냐하면 옆에서 바라보는 남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가 되어 그 책임을 나의 일로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끼리는 성격도, 가치관도, 경제관념도, 생활습관도, 휴식도, 아이가 있다면 육아관도, 입맛도, 거의 일상의 대부분을 나눠야 한다. 이 중에 하나라도 크게 맞지 않다면 서로가 고통이다. 그것을 잘 맞춰가는 것이 현명한 부부일 것이다.

남과 여라는 호르몬 체계부터 다른 두 존재가 함께 생활하려다보니, 갈고 또 갈고 갈아넣어도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이 부부관계다. 그러면서도 다름으로 인해 서로 채워주는 것이 있을 때, 나에게 없는 면을 가진 이 사람이 든든히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느껴질때 한없이 동료애와 사랑이 솟아나는 것이 부부다.

그렇게 오랜 세월 수많은 감정의 울타리를 넘어가며 얽혀가고 정드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오랜 시간 '평범하고 좋은' 가정을 일구기 위해 나도 계속해서 다듬어가야 할 부분이 있음을 생각해본다.

모두가 저마다 열심히 사는 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마음을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생은 부자가 되기 글렀다는 마음은 저멀리 보냈으면 좋겠다. 조용히 뒤에서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갓 결혼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른 성장과정을 거친 두 사람이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상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결국 함께 지고가야만 한다는 것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길을 걷는다면 조금이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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