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투자자의 회상 - 제시 리버모어 월가의 영웅들 4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이미정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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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전설로 불렸던 ‘제시 리버모어’를 모델로 하여 ‘래리 리빙스턴’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오랜 기간 주식시장에 깊게 머무르면서 겪었던 다양한 일화와 느낀 점들을 1인칭 독백형식으로 작성한 책이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어렵게 읽히지는 않는데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래리는 15세에 주식 사설 거래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가 시세표의 경향을 파악해보다가 우연히 작은 돈으로 이득을 보면서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후 지속적으로 돈을 불려나가게 되면서 사설 거래소 사이에서는 소년 트레이더로 꽤나 유명세를 떨치게 되고, 나중에는 월가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사설 거래소에서 하던 방식대로 대형 증권사에서 거래를 하다가 이것이 통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결국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래리는 본인 스스로를 ‘투기자’라고 부른다. 단기에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장기간 투자하는 투자자와 차이를 두는 것 같다. 주식과 상품에 주로 투자를 했는데, 시장의 분위기와 시세표의 ‘최소 저항선’을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이를 바탕으로 투자의 방향을 정했다. 지금 시장이 강세인가 약세인가, 그 안에서 개별 주식이 상승기인가 하락기인가, 매수세가 따라오는가 얼어붙는가, 신호를 정확히 읽고 매수와 공매도의 포지션을 정했다.

큰 돈을 굴리면서 보유한 주식 매도를 위해 시장의 매수심리를 어떻게 끌어당기는지, 월가에서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개별주의 거래를 활성화 시키고 개별 투자자가 유입되도록 자극하는지 읽고 있으면 흥미진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같은 개미 투자자가 얻는 정보는 얼마나 달콤한 미끼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까딱하면 큰 손들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호구처럼 놀아나게 될 수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고수는 한 수 앞을 넘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현재만 보지 않고 내가 매수 혹은 매도 했을 때 다른 트레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움직일지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책에서도 상대 트레이너가 매도 중이라는 특정 정보를 들은 거물급 트레이너가 하락장이라는 본인의 판단과 엇나가는 매수로 대응하여 이를 역이용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책을 읽으니, ‘아. 돈을 이렇게도 다루고 조종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된다. 돈에 얽힌 사람들의 욕심과 약한 심리를 이용하면서 마음대로 주가를 주무르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주식시장이 얕보면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아직도 작전 세력이 존재하고, 똑똑한 큰손들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말이다.

주인공은 늘 혼자 투자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잘못 얽혀서 빚더미에 앉은 경험도 나온다. 금융시장은 남들 이야기에 흔들리거나 자신 내면의 욕심과 불안에 휘둘리면 안되는 곳이다. 큰 돈이 오가면서 비교적 쉽게 거래가 일어나는 만큼, 자산의 등락이 큰 곳이다. 용기와 대담함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볼 만큼 내공을 쌓아야만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큰 틀에서의 세계 경제와 기업의 가치를 따라가는 것이 주식 가격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책을 보니 다소 단기적으로는 차트 분석도 그것을 보는 투자자의 심리를 읽는다면 참고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시 리버모어는 왜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까. 나이도 먹고 금융 제재도 늘어나면서 재기가 어렵다고 판단한걸까. 그는 말년에도 행복했을까. 제시 리버모어가 직접 썼다는 책 <투자의 원칙>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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