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가 소장한 작품은 워낙 유명한 것이 많아 꼭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서평단에 선정되었다.

저자는 ‘좋은 예술작품 이라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내가 가장 알고 싶던 부분이다. 예술을 평가할 때 정해진 틀이 없어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 시대 전문가들의 기준이 존재하기도 해서,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기준을 세울 방법을 찾고 싶었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수많은 작품을 만나고 책을 덮기 직전, 우리가 작품을 하나씩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한 번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중략) 물론 여러분이 선택한 작품이 현재 미술계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한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땐, ‘아, 세상이 나의 이 깊은 심미안을 쫓아오지 못하는구나!’라고 한탄하면 그뿐입니다. 좋은 작품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고 깊이 공감이 되어 끌리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루브르의 작품부터 시작한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는 곳이다. 루브르는 르네상스나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와 같은 근세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시대는 주로 왕이나 귀족 중심의 정치적인 의도가 많이 반영된 그림이나 이들을 과하게 신격화 하는 내용, 혹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에 대한 그림이 많아서 많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진도가 너무 안 나가는 바람에 힘들게 읽었다. 비너스를 늘 나체로 그리는 것도 그 당시 귀족들의 성적 욕구를 고상하게 충족시키기 위함이라니. 더 거부감이 들었다.

이 책을 어떻게 다 읽을지 자신이 없어지던 시점에 2장의 오르세 미술관 차례가 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1848~1914년 사이의, 인상주의를 시작으로 하는 근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힘겨운 소작농들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밀레를 비롯하여 인상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한 에두아르 마네, 일찍 성공했지만 단명하고 만 비운의 장 프레데릭 바지유, 빛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비로소 작품이 평민의 삶에 가까운 느낌들인데다 새로운 물감 제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기법의 시도 등이 재미있었고, 작품들이 꽤 익숙하기도 해서 이때부터 참 재미있게 읽었다. 예술사조에 대한 이해도 확실히 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마음껏 표현한 에두아르 마네의 패러디 작품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사회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마네를 시작으로 인상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예술작품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왜 중요한지 마네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마네의 작품 가치가 왜 높은지도 알게 되었다. 밀레의 작품을 보고 약간 ‘돌아이’ 같은 해설을 내놓은 살바도르 달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개인적으로 달리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그의 이런 독특한 사상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네가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의 모습을 그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장면을 표현한 것들도 정말 대단하다 느껴졌고, 얼마전 있었던 모네의 전시에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프랑스에 여행간다면 꼭 지베르니 지역에 방문하여 모네의 정원에 들러보고 싶다. 르누아르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붓을 들기도 힘든 고통 속에서도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하는 작품만을 그렸는데, 마음이 맑은 사람일까? 로댕 미술관의 ‘칼레의 시민들’ 조각은 역사를 듣고 나니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다.

역시 대작이 왜 대작인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해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끝까지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대단하다. 작품은 단순히 ‘어, 멋지네.’ 가 아니었다.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구도가 철저히 계산되었다던가, 명암 처리를 조절하여 시선이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유도되었다던가, 점 하나도 허투루 찍지 않는 이들의 위대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표지는 왜 바지유의 <가족 모임> 일까? 책을 읽고 나니 작품을 보고 드는 생각이 깊어짐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