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동시 말하기 유대인을 넘다
진기석.김현수 지음 / 티오엘에듀케이션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언어학자 촘스키는 유아기에는 지적 능력과 상관 없이 ‘언어습득장치’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해당 언어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습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언어 습득은 유아기가 유리하고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 이론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강하게 뒷받침 할 만한 제목의 책을 발견하여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었다.

책에는 어머니의 교육으로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유대인과 조선시대 정약용의 <아학편>의 언어 학습 방식 및 유아기에 적절한 언어 학습을 한다면 7개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근거로 들며, 지난 17년간 수많은 7세 이하 유아를 대상으로 다국어 교육에 성공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유아기 다국어 동시 교육이 가능한 과학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뇌는 창의성과 직관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0~7세 아동은 주로 우뇌를 사용한다. 인간의 좌뇌에는 언어와 관련한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있다. ‘브로카 영역’은 거울뉴런 및 운동신경과 가까이 존재하면서 어른의 언어를 모방하여 말하기를 담당하고, ‘베르니케 영역’은 말을 듣고 의미를 '생각'한 후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0~7세에는 ‘브로카 영역’을 주로 사용하고 7세 이후에 ‘베르니케 영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0~7세 아동은 의미를 모른 채로 말을 따라하기를 많이 한다.

아동의 언어 습득이 빠르다는 사실은, 성인이 ‘베르니케 영역’을 사용해 ‘판단과 분석’을 하려는 것이 언어 습득에 방해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7세 이전에 베르니케 영역을 자극하지 않고 브로카 영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모방하여 말하기를 1만번 이상 반복시키면 다국어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0~7세 영어 학습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이해’를 시키면서 ‘베르니케 영역’을 사용하게 자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아들이 ‘외국어는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는 언어 습득에 장애가 된다. 이것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면 지속적으로 외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0~7세 아동들에게 이미지를 제공 후, 이에 해당하는 다양한 언어를 빠른 속도로 제공하여 반복하여 따라하게 하면서 브로카 영역만 강화하는 다국어 습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을 공부가 아닌 놀이로 습득하게 하여 ‘외국어 학습은 즐겁고 쉽다’는 자신감과 실제 다국어 말하기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특허도 획득했다고 한다.

실제로 17년간 적용하고 효과를 본 방법이니 성인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어린 아이처럼 빠른 외국어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7세까지 반복하여 학습한 200개 정도의 문장으로 모든 일상 표현으로의 확장이 가능한가? 성인이라면 스스로 살을 붙여가며 공부를 확장할 수 있겠지만, 아동의 경우 그 이상의 표현으로 이끌어 줄 성인이 없는데 정해진 표현만 반복하면 일상 회화까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2. 7세 이후에도 학습 효과가 유지되는지 궁금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에는 이와 같은 다국어 학습 방식이 없는데, 잊어버리지 않고 성인기까지 유지가 되는지 연구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3. 다국어 구사 능력을 성인이 되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저자들은 이 능력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 이 아이들의 인생에서는 어떤 측면에 도움이 될지, 자신감 향상 외에 더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

4. 베르니케 영역을 자극하지 않는 학습방법의 경우 ‘의미의 생각이나 분석 없이’ 학습 하는 것인데, 이러한 학습 방법 반복이 깊이 있는 공부나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모든 공부가 깊이있어질수록 분석능력과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베르니케 영역’을 자극하지 않는 해당 방식이 저자의 말대로 여러 학습 능력을 다 높이는 것인지 정확한 답을 얻고 싶다.

어린 시절에만 갖는 고유 능력을 놓치지 않고 극대화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애 잡는다 싶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 방식에 획기적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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