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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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다큐멘터리에서 던진 ‘사과파이를 만드는 방법?’ 이라는 질문을 주제로, 사과파이를 쪼개고 쪼개어 이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 우주 탄생의 근원까지 따라 내려가는 물리학자들의 연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과파이를 쪼개다 보면 재료들을 구성하는 입자까지 닿게 되고, ‘이 입자는 어떻게 해서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답을 얻게 된다. ‘그럼 별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우주의 탄생 시점까지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현대 물리학이 우주를 설명하는 ‘빅뱅 이론’에 다다르게 된다.

물리학자는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로 나뉘는데, 이론물리학자들이 기존의 지식에 자신의 상상력 등을 동원하여 새로운 이론을 계산해 내고, 시간이 흘러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실험물리학자에 의해 이 이론에 대한 증거가 밝혀지거나 이론이 기각되게 된다. 하나의 실험을 위해 30년이란 시간을 쏟아붓고 그렇게 결정적인 실험이 이루어지던 날 단 하나의 작은 오류로 복구에 10년을 또 보내는 과학자들의 집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탄생에 대해 빅뱅이론과 경쟁하던 정상우주론은 이제 뒷받침되는 증거가 거의 없어서 폐기되었다.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이나 수소:헬륨의 비가 3:1 이라는 것, 우주의 역사가 138억년으로 추정된다는 것 등은 이미 밝혀졌으며, 양성자와 전자보다 더 작은 쿼크와 같은 아원자입자의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빅뱅 후 1초 이내에 일어난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강력, 약력이나 반물질 같은 증거에 더욱 파고들게 되었다.

이때 특히 중요한 입자가 모든 물질에 질량을 제공하는 ‘힉스입자’인데, 물리학자들은 빅뱅 이후 힉스장의 스위치가 켜지면서 물질에 질량이 생기게 되었고, 중요한 것은 힉스장의 스위치가 고르게 켜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12년에 힉스입자가 발견되면서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탄생 과정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증거나 이론이 나타날 것이라고 큰 기대에 부풀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치명적인 3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힉스장의 크기가 지나치게 미세한 특정 값을 가져야만 지금의 우주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산된 값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물질로 이루어진 지금의 우주는 생겨날 수 없다.
둘째, 빅뱅 이후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느려진다고 계산되던 사실이 천문학자들의 측정 결과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밝혀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에너지’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암흑’이라는 말 자체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이기에 명확한 설명에 대한 아쉬움과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셋째,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처럼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과 작은 입자를 연구하는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을 통합하는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통합이론으로 초끈이론이 있는데 이는 ‘다중우주’ 개념으로 여러 문제점을 설명할 수 있다. 다른 은하나 행성이 있듯이 다중우주가 존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확인해 볼 수 없다.

저자는, 유럽입자물리소(CERN)에서 진행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강입자충돌기(LHC) 프로젝트의 멤버로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힉스입자 외에 다른 입자의 출현이나 마이크로블랙홀 등을 발견하고자 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아직 그러한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

우주는 왜 비어있지 않고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가? 우리는 만질 수도 맛볼 수도 볼 수도 없는 양자장으로 가득 찬 공간을 휘저으며 살고 있는가? 다소 억지스럽기도 한 물리학자들의 이론의 제시와 이를 증명하려는 오랜 기간의 피나는 노력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처럼 신은 절대 우리가 비밀을 밝힐 수 없도록 만들어 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맨땅에 헤딩 중인 과학자들의 노력이 헛발질 끝에 결국 빛을 발하게 될까. 나는 답을 정말 알고 싶다. 그래서 온 인생을 연구에 쏟는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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