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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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능은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일생일대의 큰 관문이자 테스트’이다. 수능 날은 경찰차가 동원되어 학생을 수송하기도 하고, 심지어 주식시장도 폐장이다. 전 국민의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수능을 치루고 난 점수로 대학이 결정되고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에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꼬리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온 이러한 학벌주의와 시험능력주의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하여 국가, 근대화, 자본주의 시장경제, 복지 등 한국사회의 기본적인 역사적‧물적 토대를 살펴봄으로써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힘의 작용으로 보자면 시험을 통해 얻는 ‘좋은 자리’가 가져다주는 특권과 지위 독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승 열망(x), 이와 반대로 ‘낮은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밀어올리는 힘(y), 그리고 이 두가지 힘(x, y)이 동시에 작용하여 시험이라는 통로로 밀어넣을 때 그 병목에 가해지는 힘(z)으로 이 통로가 좁을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 청소년 자살, 폭력 등의 병리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 통로가 바로 입시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사람들이 시험을 통해 얻게 된 학벌은 마치 타고난 신분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라 믿지만, 한국의 시험 공부는 ‘어머니의 코디,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결합된 가족단위의 총력전이자 가족사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철저히 개인의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라 볼 수 없다.

저자가 제시했듯, 이렇게 시험 성적에 대한 과도한 열기는 결국 기존 체제하에서 차별과 억압을 당해온 사람들이 그들끼리 단결해서 권력 교체를 감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뿐더러 대다수는 그런 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식 허용된 통로, 즉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공인 자격(학력) 경쟁에 몰려가는 것이다. 집단적 저항을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복종하면서 개인의 지위 상승을 추구하는 것이 과잉 교육열의 기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가속화 되면서 성과나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고 폴리텍 대학에 진학률이 늘어나는 것이라던지 서울대보다 지방 의대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학벌에 대한 집착이 덜해지고 있기도 하지만, 경제적 안정기가 끝나는 시대에는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소위 상류층 부모는 자신의 신분 세습을 위해 부모의 인맥 등을 이용해 자녀를 최상위 대학에 보내려 한다. 그래서 좋은 시험 성적 뿐만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치동 헬리콥터 맘’ 같은 단어는 듣기만 해도 너무 씁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교 교육이 입시에 맞춰 가는 것이 참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학생들 상담을 하다보면 생기부를 ‘만들기’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어떻게 적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할수만은 없는 현실이 교사로서 많이 갑갑하다. 수업 역시 정답이 있는 공부만을 지향해 가게 되고, 이러한 공부는 학생들의 질문 제기를 막고, 그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형화 되고 주어진 지식은 비판적 사고를 막는다.
이렇게 ‘시험능력주의’가 만연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1. 공무원이나 교사 채용 방법을 다양하게 할 것
2. 전문직이 갖는 지위독점 특권을 제한하고 가치를 다원화 할 것
3.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에 대한 물질적 가치라는 답의 획일성을 극복 할 것
4. 노동권 신장과 노동의 인간화
5. 사회적 연대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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