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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의 소원 - 2025년 제4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대상작 ㅣ 동시야 놀자
김용진 지음, 심보영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제4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됐다. 총 137명의 응모작을 뚫고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 (1회 <바위 굴 속에서 쿨쿨>, 2회 <두루마리 화장지>, 3회 <선아의 기분은 록쇽쇽>)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적 반전이 좋았다. 무엇보다 개성이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상상력이 기존 동시들과는 다른 영역을 가지고 있다. 짧은 시편들이 많았지만 읽는 동안 짧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매너리즘을 거부한 듯한 시 세계가 탄탄했다. (심사평, 심사위원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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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되면 뭐 하고 싶어?
몸에 페인트칠하고 싶어
주인공 꼬마와 상상 친구 투명이가 함께 시를 짓는다. 첫 번째 동시 '투명 인간의 소원'부터 신나는 동시 놀이가 시작된다. 여백이 가득한 종이에 투명 인간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가득 채우고 싶어진다. 두 줄짜리 짧은 동시는 아이만의 상상 속 세계를 확장시키는 근사한 재료가 될 수 있다. 꾸준히 동시집을 읽는 이유.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피식 나는 동시들이 많다. 늘 오늘의 메뉴가 가장 궁금한 중학생 아들이 떠올랐던 '마지막 통화인데' (마지막 통화는 엄마와 하고 싶어 / 꼭! / 악! 핸드폰 배터리 0% / 집에 가서 말해야겠다 / 저녁 반찬은 가지볶음 말고 소고기로!), 달리는 차 창밖으로 달을 보다가 "엄마, 달이 계속 따라와"라고 말하던 아기 유정이의 모습이 생각나는 '달 스토킹 물리치는 법' ("달아, 내가 그렇게 예뻐? 하지만 스토킹이야." / 달은 그래도 쫓는다).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에 엉뚱하거나 기발한 상상이 더해진다. 소풍 가서 김밥을 먹고, 전등이 나가고, 언니가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연못에 돌을 던지는 보통의 날들이 모두 동시로 다시 태어난다. 봄날 지리산 자락에 핀 꽃들, 상수리 나무 아래 작은 새싹, 산 뒤에 걸린 달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시선들이 아이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동시는 '상수리나무도 걱정이 많아'. 키가 작아서 어쩌니, 늘 걱정하고 잔소리를 쏟아 붓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동시였다. 도토리가 어때서.
엄마 상수리나무가
씨앗 네 개를 퍼트렸다
아이 셋 상수리나무가 쑥쑥 컸다
하나만 작았다
"그러게 편식하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 상수리나무가 한숨지었다
"전 도토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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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birs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