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가족 레시피 - 가족 편지 써주는 그녀의 심리 처방 30
정예서 지음 / 비아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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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참으로 많은 공감과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가족이란 늘 곁에 있어서 어쩌면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던 일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이 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평생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부부 간의 사랑,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식들과의 소통도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병마와 죽음 등 행복한 가족을 위한 길에 아픔과 방해가 되는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서로 간의 애정으로 극복하고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에 이내 주저앉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 도와줄 수 있다면,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같이 해결책을 고민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등한시했을 수 있는 가족 간의 위기를 이 책의 사례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사례들을 읽다보면 힘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단순히 남의 이야기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우리네 사는 모습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내 이야기같기도 하고 내가 아는 누구의 얘기같기도 하고 앞으로의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가족 간의 상처를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태어나며 부모가 되는 것도 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까봐 조금은 두렵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 누군가 조언을 해준다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의 사례들이 그런 역할을 해줄수도 있을 듯 하다.

흔히들 가족은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정의를 참 많이들 세워놓는 거 같다. 집에 들어가면 평온한 기운과 웃음꽃이 만개한 가정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그러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이 그렇게 될 수만은 없으며 그런 강박과 강요로부터 벗어나야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책의 사례에서도 아빠로서의 책임, 엄마로서의 사랑, 자식의 공부에 대한 강요들로 인해 오히려 왜곡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를 키워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개인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음을 알게된다. 내가 자랄 때는 보이지 않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아빠로서도, 엄마로서도, 아이로서도 각자의 속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을 간과하고 강요와 분노로 이끄려하면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이 상처로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보는 내내 따뜻함과 아련함을 느끼게 해준 것은 딱딱했을 수 있는 사례들을 마치 가족 간의 편지처럼 풀어쓴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맞게 상담 레서피를 써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따뜻한 가족이 되기 위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지 묵직한 물음을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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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인생 - 평범한 삶이 아주 특별한 삶으로 바뀌는 7가지 이야기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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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터 탁월하고 비범해졌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 비범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구본형 선생님의 연구 결과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영웅들과 위인들, 그리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학자들과 같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고 어떤 필연적인 우연을 만나면서 각성하게 되고 그 길을 걷는 고통도 참아내며 마침내 비범해진다는 것을 몇몇 사람들의 삶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다.



간디가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마리츠버그역의 일화라든지 마사 그레이엄의 춤꾼으로서의 일생이 포스터 한장이였다는 사실은 정말로 우연한 만남이였는지 아니면 운명이 이끈 것인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분명한 것은 같은 일을 겪었을 사람은 많았겠지만 그걸 받아들이거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사람은 소수였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었을텐데 내 자신이 준비되지 못해서 그냥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것이 아니였으니 지나쳐버렸을 거라 생각하며 위로해보기도 한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꿈도 많고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살다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 위안 아닌 위안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구본형 선생님의 얘기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다 쓰고 갈 수 있어야 깊은 인생으로 보낼 수 있다는 말에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게 된다. 어떤 필연적인 우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깨달음의 시간 뿐 아니라 견딤의 시간을 통해야만 더욱 탁월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단순히 우연을 통해 사람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각성과 노력을 통해 묵묵히 걸어갈 때에 비로소 비범함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모두 달려가는 곳이 아닐지라도 외로움과 싸우고 고통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뻔한 인생을 거부할 권리, 과거의 나를 죽일 수 있는 용기,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무모함이야말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들인 것이다”



어쩌면 쉬운 인생과 편안한 인생이란 없을 것이다. 힘들지만 신이 자신에게 준 재능을 마음껏 써보고 탁월하든 아니든 있는 힘껏 살아보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깊은 인생일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염소처럼 살아온 사자였다면 염소의 습관을 버리고 사자의 본성으로 살아 갈 수 있다면 그 길이 험하고 힘들지라도 기꺼이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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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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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어제보다 아름다운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화의 동력이었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통해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책의 특징인 물흐르듯 읽히는 내용과 그 속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문장 하나가 이 책에 밑줄도 많이 긋도록 만들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누구나 가슴 속에서 품고 있음직한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제를 말하는 책들도 상당히 많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책들도 많고 리더란 이래야 하는 것이다 라는 정의를 내려주기도 하지만 이 책처럼 숙제를 던져주는 책이 많지는 않은 듯 하다. 다 읽고 나서도 던져진 숙제로 인해 마음 한켠이 무겁기도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의 이야기들 속에서 어쩌면 이런 고민들이 인류의 역사와 비슷하게 흘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문에서 선생님은 ‘훌륭한 리더는 과거의 사례를 존중하고 기억하며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라는 말로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리더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옛 이야기를 통해 이끌어내려 하셨다. 제일 처음은 물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일 것이다.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최대한 도와주고 그러다 자신이 리더의 위치가 되어 사람을 얻고 혁신을 하여 계속해서 정당한 이익을 얻도록 하는 정도를 걸어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특히 리더가 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볼 것을 강조하는 첫 장에서 리더가 되려는 이의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어떤 그릇일까?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배역은 무엇일까?”



어쩌면 알고 있었을 질문이지만 늘 지나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의 그릇이 리더로서의 자질이 없는데도 리더가 되고자 무리하기도 하고 욕심을 내다보면 몸도 망치고 일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그릇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이가 리더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꼭 자신만의 업을 위해 리더가 된다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쓰임을 받으면 행하고 버림을 받으면 숨는다”



이 말처럼 남에게 쓰임을 당할 때 최선을 다하고 내놓아야 할 때 미련없이 내놓을 수 있어야 좋은 것이다. 늘 욕심을 부리는 것은 뒤끝이 안좋게 마련이니까.



구본형 선생님은 현대의 경영도 결국 과거의 역사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나보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보여지는 인간 모습 속에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과 생각해봐야 에피소드들을 현대의 경영에 비추어 알려주고 이를 통해 미래의 리더의 모습도 발견하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연구이고 지금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가정과 전제의 발굴” 이라는 말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볼 것인지 첫 단초가 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고사들과 리더로서의 자세에 대해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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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알기 쉽게 풀어쓴 (한글판 + 영문판)
E. H. 카 지음, 이화승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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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동안 개인적으로 접한 역사라는 것은 사실의 연대기 성격에 해당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라 생각했다. 그것을 기록한 사람의 감정이 포함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벌써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H. 카는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역사가도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시대를 통해 투영된 분위기와 인식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역사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역사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이미 왜곡된 역사 기록을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역사가들의 목적에 따라 역사적 사실의 선별과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은 약간은 충격적이다. 결국 역사가도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면 역사책을 볼 때 역사가에 대한 정보, 즉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역사가의 사상은 어떤지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 인식과 사실을 알게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생각되어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나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것도 이런 현상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결국 역사가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조국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선별적으로 취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담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깊이있게 연구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과학자로서의 중립적인 태도 못지 않게 역사가들에게도 요구해야하는 도덕성이 아닐지 모르겠다.



과연 이것이 옳은 역사가의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주고 판단은 독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역사가의 자세인지 아니면 이 책의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인지하고 역사를 대하여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한 위험을 뒤로 하고 이 책에서 희망적이라 느낀 것은 역사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일반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인데 혁명이나 사회의 붕괴에 대한 어떤 일반적인 현상들을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면 인간의 특성상 그런 예측을 미리 피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예측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지긴 하겠지만 그러면서 인간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역사가들의 그런 예측도 유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미래를 담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모습과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과거의 안좋은 모습을 밝히고 알려서 더욱 바람직한 인간의 진보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이 1961년도에 나온 책이라면 그 시대의 저자가 바라보는 역사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전적으로 의견에 동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든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역사가는 그래도 냉정한 마음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이를 통해 현재를 사는 사람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바램이 되었다. 혹시라도 현재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편향된 역사를 알리게 된다면 후에 깨달았을 때의 허탈감은 정말 클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고 연구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권고한 역사를 연구하는 태도는 배워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사회, 인과관계와 과학적 태도 등을 통해 올바르고 교훈적인 역사 의식을 알려줄 수 있는 역사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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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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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글감옥이라는 책 제목으로부터의 느낌이 벌써부터 글쓰기의 무거움이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조정래 선생님의 작가 의식과 역사 의식, 인생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에 충분한 책이였다. 책 표지에서도 자신의 자전적 소설같다는 말이 씌여있었고 이 책에 수록된 질문들을 한 독자들의 깊이와 애정도 많이 놀라웠다. 단순히 재미로 읽은 독자의 그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던진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에 많은 교훈과 작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듯 하다. 거기에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변이 물 흐르듯 군더더기 없이 씌여진 것을 보고 글쓴다는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를 느끼기엔 충분하였다.



사실 세 가지 대하 소설 모두를 읽지는 못하였다. 내가 읽었던 것은 ‘아리랑’이였고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내용도 가물가물 하지만 그 때 느꼈던 우리 민족의 ‘한’ 같은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요즘 대학생이나 초중고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지만 선생님의 책들은 여전히 읽히고 있고 학교에서도 못배운 역사 의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나와 같은 느낌들을 받았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 책에 수록된 여러 질문들로 봐도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선생님을 만들어 준 것은 과연 무엇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책 읽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던 듯 하다. 말씀해주신 독서 방법, 시조 시인이셨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 시대 아픔의 순간을 겪었던 어린 시절 등이 지금의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가난했던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던 기백도 매우 인상적이다. 초등학교 시절 ‘똥지’로 만든 문집을 가졌다는 것도 놀랍고 그림에도 관심이 있으셨다는 것도 뜻밖이였다.



게다가 작품 구성에서도 치밀하지만 왠지 여유있는 모습이 인상깊다. 특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인물 구성이나 긴 소설임에도 구성 노트 하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였는지 그 고충이 헤아려진다. 그리고 대하 소설의 약점인 지루함에 대해서도 스스로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도 정말 대단하다. 자신이 목표한 바에 거침없이 질주하는 선생님의 근성이 보여지는 대목이리라. 그리고 작가로서의 모국어 사랑과 사회 의식도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작가가 되면서 잘 살기를 바라지 않고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협박과 고발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용기가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작가라는 길에 대해 왠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진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이고 작가의 마음 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또 작품을 쓸 때의 몰입과 정성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삼다(三多)’ 라 말씀하신 독서 방법이나 ‘세계 문학 전집’, ‘한국 문학 전집’ 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매일매일 꾸준함의 힘도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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