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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한다. 꽃의 빛깔과 향기가 아무리 고와도 순간이다. 순간을 향유하고 미래를 열어두고 가지만 시든 꽃은 쓸쓸하다. 꽃처럼 아름다운데 시들지 않는 것??? 별이 아닐까...신영복 선생은 '별'같다. 밤이지만 두려워 숨지 않고 오히려 빛을 낸다. 별은 꿈꾸는 사람의 친구다.
20년 2개월을 감옥 산 사람에게 별이니, 아름답다니 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그가 감옥에서 쓴 글들을 보며 존경과 감동을 다르게 표현할 수가 없다. 20년을 감옥에 있으면서도 그는 비탄에 빠지거나 원망이 없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지도 않는다. 절망하지도 분노하지도 않는다. '무기징형'의 절망적 시간이지만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겠다는 무서운 의지로 자신을 달구었기 때문일 것이다.
20년은 사색의 시간이었으며 같은 '수인'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겸손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창녀촌의 노랑머리' 이야기와 '문신'한 사람들을 보며 가지는 생각들은 내게도 울림을 준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것은 자신의 인식이 실천으로 옮겨 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한 다리의 불구로 비유하기도 한다. '세상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생각을 녹슬지 않게 간수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녹을 닦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씀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과거를 회상한 '청구회 추억'은 따뜻한 동화를 읽는 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가족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썼는데 그 범위가 부모님. 형님내외. 동생내외와 조카들이다. 그에겐 두 분의 누님이 계시다. 한두 번 언급되었을 뿐인데 항상 ' 출가외인'이란 말을 쓰신다. 계수와 형수에게도 자상한 애정과 감사를 보내는데 그의 가족관은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틀을 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혈육의 정으로 보더라도 안타깝고 집에서 내 위치가 '누이'인지라 글을 읽으면서 퍽이나 안타까웠다.
선생이 출감 후 쓴 글을 한 권 더 읽어야 겠다. 그런데 한편으론 읽기가 좀 두렵다. 혹 현실을 열려있는 감옥이라 생각하실 것 같아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비극! ....아니, 깊고도 단단한 분이니 현실의 절망을 통해 또 다른 사색과 희망을 엮어 나갈 것이다. 선생이 행복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