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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잇, 나의 세컨드는 - 문학동네 시집 60 ㅣ 문학동네 시집 60
김경미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밝고 경쾌한 문체. 식탁에서 귤 까먹으며 풀어 낸 수다같은 일상의 언어가 싱싱하다.
그러나 그 가벼움 뒤에 삶의 지리멸렬함과 권태로운 일상, 무력하게 나이 들어가는 슬픔이 있다. 모차르트 음악이 유쾌하고 우아한 선율로 담담하게 슬픔을 견디는 것처럼 김경미 시인이 들려주는 시도 그러하다.
다음 장소로 이어지는 불안한 다리같은 시들이다. 우리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건너야하는 존재의 다리. 건너가면 더 이상 감정이 소용돌이 칠 일도 비탄스러울 일도 없는 잔잔한 세계가 있을 테지만 우리는 가볍게 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젊음의 빛이 사라지고 생명의 기운이 요동치지 않는 그 곳은 낯설고 쓸쓸하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서 그 세계를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과 일상을 인정하고 인생을 긍정하는 눈 속에서 다시 태어 나서 한 번 더 살아야 한다.
내 일기를 보듯 그녀의 시를 읽었다.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