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은 있었지만 친하지 못했던 오래 전 한 친구가 이 시집을 들고 있었다. 지난 일들 중 태반이 아쉽지만 사람에게 소홀하고 무심했던 것만큼 후회스런 것도 없는 것 같다.심하게 말이 없던 그 친구와 숫기 없고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내가 친구가 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바보,바보. 그 친구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 시집을 읽었다.처음 접하는 시인이다. 지상에서 부르는 노래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가득하다. 자연을 통해 지상의 노래를 성실하게 부르고자 하는 삶의 반성과 치열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도 한다. 아래의 시 좋다. 정신의 열대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본 사람들이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 쌀 씻어 밥짓는 마을 있으리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면 초록만큼 푸르러지는사람들 살고 있으리그들이 봄 강물처럼 싱싱하게 묻는 안부 내 들을 수 있으리오늘 아침 배춧잎처럼 빛나던 靑衣를 물고 날아간 새들이여네가 부리로 물고 가 짓는 삭정이집 아니라도사람이 사는 집들南으로만 흘러내리는 추녀들이 지붕 끝에 놀을 받아 따뜻하고 오래 아픈 사람들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는아이 울음처럼 신선한 뜨락 있으리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 처녀의 발등 같은 흰 물결 위에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 수 있으리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소리와아플 것 다 아파본 사람들의 마음 불러모아고로쇠숲에서 우는 청호반새의 노래를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말로 번역할 수 있으리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