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마지막 새벽이다. 좀 더 따뜻한 책을 읽을 걸...술기운에 홍선생님의 망향가에, 쓸모 없이 살았다는 열패감이 짬뽕이 되어 가슴에 숭숭 구멍이 뚫린 것 모양 춥다. 을씨년스럽다. 술은 확 돌게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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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늦게 도착했으므로
사실 새가 날 찾아왔는지
내가 새를 기다리러 왔는지는 모르겠다.
망망한 곳에서 그리워할 것이 있어 막막하게 왔다.
저 하늘만은 내가 등에 지고 마을까지 가고 싶었는데,
갯벌은 내게 넘겨주지 않고,
저 혼자 진눈깨비 퍼부으며 육지로 가도록 놓아주었다.
세상의 평평한 지평선이 흐려져버렸고
찬바람이 나를 돌려 세웠다.
비틀거리며 나는 중얼거렸다. 어디로, 어디로
갔을까, 새는. - 하종오님의 늦은 도착 중

4학년 때 친구의 전공 철학강의 한 과목을 대놓고 들었다.그 때 그 교수님께서 이 책을 방금 읽고 왔다며 한참 수업을 못하시고 먹먹해 하셨다. 그 기분을 몇 년이 지난 세모에 느끼고 있다. 후일담 이야기로 그 시대를 팔아 먹고만 있거나. 상처의 대가로 적당히 한 자리씩을 차지하거나, 권력 맛에 썩어 가거나, 쓸쓸히 패전병의 노래를 부르며 자본의 그늘에서 헤매고 있지 않는 지금의 홍세화 선생님이 좋다. 보물같은 분이다. 단일 민족이란 테두리 속에서 이방인의 눈으로 우리를 봐 주는, 의사의 진찰같은 눈길이 필요하다. 절실히. 선생님의 책들이 더 많이 읽히고 의욕적인 활동들을 앞으로도 계속 해 주시길 바란다. 새해에는 똘레랑스가 무서운 바이러스로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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