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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슬픔
권현형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었던, 몇 번의 주문 끝에 품에 들어 온 시집이다. 오프라인 서점 시절 나의 정겨운 방문지였던 부산영광도서에 감사한다.(애틋한 곳,번창하길...) 그리고 '시와시학사'는 절판된 이 시집과 한명희 시인의 '시집읽기' 김경복 시인의'길의 길'등을 조속히 재판하기 바란다.(시집 다 팔린지 한 참 됐어요~. 시장가치 없다고 외면하긴가요~ 우리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요...) 시인들이여, 쬐끔...쬐끔만 더 기다리시라. 로또가 반드시 나를 간택하리니 그대들을 전업시인으로 복귀시킬 것이다.
30대 시인의 참 맑고 섬세한 정서가 잘 드러난다. 감정과잉의 도회적, 감각적,섹슈얼한 분위기로 흐르는 요즘의 젊은 시인들의 시에 비해 고전적이라 할 만치 순정한 아날로그 감성이다. 청상으로 늙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시인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이런 우울과 결핍 고독이 시인의 분위기를 이루고 여린 것들에 대한 따뜻함을 유지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뜨겁게 사랑하시길, 꽉 잡은 사랑만이 고독을 잠시 잠재우고, 놓친 사랑은 오래오래 노래가 되어 줄 것이다.) 시 한 편 한 편 소박하고 아름답다.
특히 늙은 여성을 보는 눈이 연민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시적 형상화가 돋보인다('적멸''그녀') 뜨거웠던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 나이들어 쇠잔해져 가는 것에 대한 서글픔의 자기연민은 흔히 볼 수 있어도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 생생한 적멸과 고요를 비감없이 나직하게 보여주는 시는 만나기 힘들었다. 그녀는 이 시선을 너무나 잘 잡아 내고 있다. 시집이 1999년에 나왔으니 이 시들은 서른즈음에 쓴 시들인데,,조로다 조로. '콘트라베이스'라는 시의 '그'를 그녀로 살짝 바꿔 읽었다.
따뜻한 살냄새를 풍기는 시집이다. 특히 쓸쓸해지는 조로증세의 여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고맙다... 친구같은, 뒤 탈 없는 술같은 시들...에고 나도 늙나 보다. 2집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