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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룩셈부르크 ㅣ 한길로로로 4
헬무트 히르슈 / 한길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인터넷 마실다니다 독일정치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다. 백과사전처럼 기술된 그 글에서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회과학서를 읽고 싶어졌다. 한동안 이런 책들을 읽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사회구조와 모순에 분노 할때, 그때는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선'과 '악'을 선명하게 갈라내며 아름답고 소박하게 상처 주지 않으며 살고 싶었다. 후회하지 않는 자기완성을 추구하며 살아야한는 것이 신앙이었다. 혐오스런 역겨운 인간들이라고 매도 했던 자본의 노예들... 지금의 나는 내가 가장 욕하던 그 인간이다.ㅜㅜ 창의성 없이 변혁에의 열망없이 꾸역꾸역 살고 있다. 빨랑 돈을 벌어 멀리 도망가는 것, 이것만 생각한다......주여!! 싯달타여!!
로자가 군부에 의해 끌려가 맞아 죽고 국경운하에 던져져 4개월 만에 떠 올랐다는 부분을 읽으며 심장에 피가 맺는 것 같았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과 그때 안기부 책임자였던 사람이 테레비에 버젓히 배지 달고 나오는 현실이 겹쳐지며 세상과 나에게서 눈감고 싶어졌다.절망,절망..현실은 절망과 오욕의 늪이니라 - 그때 쯤부터는 책을 잘 읽지 않았다. 무슨 책을 읽어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시집 한 권 마음 편하게 기쁨에 가득 차서 읽은 적이 없는 듯 하다. 뭘 읽어도 나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필, 로자 룩셈부르크가 다시 읽고 싶어진 것은 에너지를 얻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책은 연대기별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사진들이 알뜰히 실려 있고 편지글,연설문 인용 부분이 많다. 로자의 인간적 체취도 보여 주지만 사상을 실천하는 혁명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그리고 비판보다 호의적 시선이다. 그녀는 식민지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태인이며, 다리 장애를 가졌던 인물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청중을 압도하는 연설가적 재능을 발휘한다. 스위스로 도피,독일 국경을 취득하며 그녀가 꿈꾸었던 것은 오직 사회주의 혁명이다. 사민당의 우경화에 분노하며 '독일의 터키 침공은 방어 전쟁이 아니라,제국주의적 만행'이라고 폭로한다. 1차 세계대전에 동조하는 사민당을 탙퇴하여 독일 공산당의 전신이 된 '스파르타쿠스'의 동맹이 되어 결국 사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정부에 의해 끔직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집단 파업을 지지하며,프롤레타리아의 적들로서, '현금으로 가득 찬 금고를 잃을까 벌벌 떠는 자본주의자' 와 '시민계급의 지배라는 안락함이 걱정되어 벌벌떠는 소시민들과 반유태주의자' 그리고 '부르주아지 언론'을 맹공한다. '전쟁과 평화, 또는 국제노동자연맹이나 집단, 기아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주사위가 던져져야 할 곳은 의회가 아니라 공장이고 작업장이며 거리이다'
이책에 보면(126쪽) 프랑크푸르트 재판에 대한 풍자 그림이 실려 있다. 압권이다. 일어서서 재판장을 향해 당당히 훈시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 혁명가의 모습이다. '사회민주주의자는 도망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사상에서 실천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수많은 로자,로자,로자,의 불꽃. 세상이 이 만큼이나마 따뜻한 이유다. 뜨거워져라! 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