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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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담장에 어여쁘게 피어있는 파란대문 집에서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다.

병원에 가시며,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하신다.

시인의 어머니들은 이런 감수성으로 어느 하나 허투로 넘기지 않고 사랑을 눈에 보여주시며 자녀를 키우셨나보다.

풀잎에 기대있는 꽃과 열매도, 너른 아들의 등판도 기대는 이에게는 얼마나 안락한 곳인가.

작물 하나도 그냥 두는 것 없이 그것도 식구라며, 참외밭 열매 하나 하나에 똬리받쳐 의자를 내어준다.

평생을 의자가 되어 식구들을 받치며 살아오신 어머님의 지혜와 사랑은 책 속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되어 생생하게 전해진다.

"사는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하시는 말씀에는 의자 몇 개 속에 담긴 너른 마음이 느껴진다.

서정적인 시와 너무나 한국적인 그림 풍경이 생생한 우리들의 할머니를 보는 느낌이다.

마침 책을 받았을 때, 엄마가 손목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동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무용한 것들의 아주 작은 배려들이 곳곳에 머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프거나, 나약해질때, 익숙한 것들이 다르게 느껴질때, 약자가 되었을때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 결코 사소한 것일 수 없겠구나.

그래서 우리는 더욱 소통하고 상대의 불편을 이해하고 조금 편안한 내가 많이 베풀어야 하겠구나 하고 배우게 된다.

나 혼자 잘났다고 피어도, 혼자서 피어나는 꽃은 없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다시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과 사람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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