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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탕한 사역자의 노트 - 신학교 교수, 목사에서 트럭운전사가 되기까지
Chad Bird 지음, 장영 옮김 / 그리심 / 2019년 4월
평점 :
열정적인 신학생, 성실한 목회자의 길을 거친 후 31살 나이에 히브리어와 구약성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자. 아들과 딸 두 아이의 아빠이자, 사랑스런 아내의 남편이었던 자. 앞날이 창창하던 그가 불륜에 빠진 뒤 이혼, 퇴직, 성직자 사퇴, 예약 강연 취소, 출판 중단 등을 겪으며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사랑하는 아이들과는 격주로만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희망처럼 다가온 여인과의 재혼은 7개월 만에 끝나버렸다. 이런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채드 버드(Chad Bird)는 이 일들을 직접 겪었다. 가족이 모두 떠난 후 트레일러 운전사가 된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글이 <어느 방탕한 사역자의 노트>이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은 이 책에 관심가지기에 좋은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이 이 책의 중심 요소는 아니다. 그의 잘나가던 시절의 영웅담이나 나락에 떨어진 뒤 맞이한 극한의 상황 나열은 이 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자기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할 뿐 이다. 목적이 분명하다.
나의 관점에서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바로 최악의 상황에서 그가 경험한 감정,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부분이다.
“우리 삶이 자멸하는 행위로 부서졌을 때, 빛은 우리를 당황케 하고 두렵게 하지만, 어둠 속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안전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한 일들의 충격을 피해 숨을 수 있고, 우리 삶을 여전히 약간이라도 장악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으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심지어 어둠을 꾸미기 시작한다(31p).”
“설상가상으로, 하나님은 나를 버리셨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내가 하나님을 버렸구나. 아니, 우리 둘은 서로 상대방에게 질려버렸구나. 이것들 중 어느 것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몰랐다(50p).”
그의 표현들을 읽어가다 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삶이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내가 경험했던 그 감정을 저자가 고스란히(혹은 유사하게) 표현해 주는 것을 보게 된다. 나 혼자 그런 생각, 감정을 겪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두 번째는 삶의 위기의 순간에 성경에서 지혜와 진리를 발견한 저자의 태도였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실패자들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우리 안과 주위 모든 곳에 만연해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성경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가면을 벗겨 그들의 참된, 죄 많은 정체를 드러낸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 이야기들 안에서 우리 자신들을 볼 수 있다(111p).”
또한 저자는 고통을 표현할 방도로 만난 ‘시편’을 통해 예수님의 음성을 듣기도 하고, 탕자의 비유에서 우리의 처절한 회개보다 앞서는 하나님의 용서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시편의 좌절, 두려움, 분노와 공감했다. 옛 말들의 생생한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밤 늦게, 나와 함께 그리고 나의 내면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들리지 않는 음성을 듣기 시작했다(60p).”
“이 완전한 용납의 순간이 회개의 순간이었다. 그 아버지의 포옹은 이 아들의 부활의 날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그를 회개하게 했고 회복시켰다(131p).”
고통의 순간, 하나님이 어디에 계신지 수없이 질문하게 될 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셨음을 그는 삶에서 경험했다.
마지막으로는 각 챕터마다 실패의 순간을 해쳐 나오며 깨달은 바를 다룬 점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서는 이런 처방이 필요하다’는 식의 해결사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영혼의 침체기에서 발버둥을 치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들을 노트에 필기하듯 담담히 적어나갈 뿐이다. 그것들이 모여 각 챕터마다의 주제가 되었다.
+자기창조를 통해 생성된 우리는 죽고, 하나님의 재창조가 이루어지기.
“나는 나의 자기창조에 무관심해져 갔다. 이것이 우리를 무로 만드는 죽음이다. 우리가 자기창조에 들인 모든 수고가 없어지면서, 하나님은 이제 무가 되어버린 우리로부터 창조하시는 그의 일을 계속 해 나가실 수 있다(43p).”
+그리스도로부터 나오는 용서.
“우리가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용서는 우리 것이며 또한 여전히 우리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로지 그리스도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80p)”
+애정어린 환대.
“(”왜 엄마를 속이고 바람 피웠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14살 딸에게 나의 교만, 나의 자아, 나의 부정에 대해 거짓 없이 말했다.) 딸은 나를 용서했고, 나를 포옹했으며, 우리 둘은 함께 울었다. 이렇게 나는, 자유는 내가 나 아닌 어떤 사람인 체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나를 용납하는 어떤 이의 애정어린 환대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117p).”
+예수 안에서의 진정한 회개.
“우리는 예수 안에서 자유롭다. 우리는 선한 행위와 용납하실 만한 회개를 통해 하나님을 달랠 필요가 없으며, 비난, 죄책감, 징계, 분노의 속박에서도 풀려난다(134p).”
+교회 공동체.
“교회 내 결점은 우리 마음의 결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여길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러한 상한 사람들, 그 달갑지 않은 사람들의 공동체가 정확히 예수께서 사랑하고 용서하려고 일하시는 그 공동체라는 것을 우리가 깨달을 때,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144p).”
(더 많은 내용들이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잘 읽히게 쉬운 언어로 쓰인 책이지만, 저자의 경험과 다루는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참담한 실패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그 실패를 극복한 경험은 하나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