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2013년 3월 13일, 로마 가톨릭교회의 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미국 타임지는 2013년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교황의 행적들은 작년 한해 전 세계를 뜨겁게 하였고 나는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책이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다.

 

휴머니스트 교황의 삶과 생각을 담은 최초의 공식 전기인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가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던 시절 언론인 세르히오 루빈, 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와 함께 장장 2년에 걸쳐 방대하게 진행한 대담을 엮어 2010년 출간한 <EL PAPA FRANCISCO>를 재출간한 책이다. 그와의 대담인 본서는 지난 한해 세계를 주목시킨 그의 행적이 어떤 신념 아래 나타난 것인지 잘 알게 해 주었다. 가족의 탄생, 믿음의 봄, 살아있는 가톨릭, 사랑 그리고 만남, 희망의 증거, 총 5부로 나누어 가족사를 시작으로 소소한 사생활 및 노동, 고통, 교육, 가톨릭, 사생활, 조국(아르헨티나) 등에 대한 그의 가치관까지 교황 프란치스카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토록 도와주고 있다. 여성과 이슬람교도 죄수의 발을 씻기고 에이즈 환자를 안아주며 창녀와 대화하고 병자를 안아주는 등 소외받는 이들 곁에 있었던 그의 행적이 무엇을 기초로 행동으로 드러나는지 잘 알게 해준다.

 

노동의 가치 혼란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이 주는 존엄성과 국가의 역할 및 일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궁극적으로 일이란 사람에게 존엄성을 갖게 해줍니다. 존엄성이란 일을 통해서만 확보됩니다-53p”,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57p“,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겁니다-59p”).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고통은 그 자체로 미덕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고결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62p“), 교육에 대한 적절한 태도는 무엇일지 고민하게 한다("저는 교육을 위해서는 두 가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자주 말합니다. 하나는 안전체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험지대입니다. 두 조건이 비례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일이 필요합니다-99p“).

고통은 성장을 수반함과("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성장시키고자 할 때 뼈아픈 고통을 겪습니다-120p“), 조국의 잘못을 꼬집는 용기("이미 몇 년 전부터 아르헨티나는 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빵과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180p“), 진정한 용서와("용서란 이미 손익계산서 정산이 끝났으므로 네가 내게 한 일로 인해 대가를 받게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즉, 잊지 못할 수도 있지만 원한을 키우지는 않겠다는 겁니다-237p“) 과학의 발전에 대한 경계를 촉구한다("과학적인 발명이 인간 스스로의 발전을 추월하는 경우 우리는 창조의 주인이 아니라 발명품의 노예가 됩니다-281p“)

 

저자는 앞서 밝힌대로 대담을 책으로 묶어 한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하였던 것 같다. 2010년 대담이 재출간 된 것은 교황으로 선출된 것뿐 아니라 한 해 동안 지구촌이 우러러 보는 삶을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컸을 것이다.

지난해 동안의 이슈화된 행로를 보인 ‘교황 프란치스코’에만 빠져들지 않고 인간 ‘호르헤 베르고글리오(교황의 본명)’를 알게 해준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대담을 통한 그의 신념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에 밝혔듯 ‘위로의 지혜서’, ‘사랑의 잠언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어수선한 시대를 살아가며 힐링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허나 공식 전기라고 할 때 기대하는 그의 일생은 비교적 적은 분량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재출간된 책이라 대담이 이루어진 이후 지금까지의 교황의 삶(2010-2013년)에 대해서는 누락되어있어 그동안 그가 어떤 변화와 발전, 고통과 혼란을 겪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대적 상징성을 띠는 교황의 삶과 지혜를 배울 수 있기에 그를 알고자 한 나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휴머니스트 교황으로 불리는 ‘교황 프란치스코’. 그를 알고, 그의 지혜를 본받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에 목이 마르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해의 이슈 인물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넘어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를 한수 배우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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