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8월이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우리 가정에 허락된 참 소중한 생명이고 축복이다. 비록 뱃속에 있지만 태동이 느껴질 때 마다 과연 어떤 모습의 아이일지, 어떤 기질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아이에 대한 기대감 및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과 걱정스러움의 감정도 든다. 만만치 않은 자녀 양육비에 대한 부담과 처음 겪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마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이 막막할 것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손에 쥐어진 책 한권이 바로 '부모로 산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제 곧 부모가 될 나는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의 탄생과 동시에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 사고체계 속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아이의 안전과 생계를 책임지는 것과 성장을 옆에서 함께 해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부모됨의 일부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 양육에 있어 부모가 받는 고통, 기쁨, 행복 모두를 포괄하는 매우 광대한 범주라는 것(445p)을 ‘부모로 산다는 것’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3가지 특징이 돋보인다. 첫째, 자녀 양육을 바탕으로 부모됨의 현실에 대해 긴밀히 밝히고 있다. 자녀가 탄생하면 잠이 부족해지고, 과잉행동을 나타내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며, 몰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된다.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오랜 습관을 갑작스럽게 바꾸어야 하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여자에게 더 많은 부담이 지어진다. 부모와 자녀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회적 고립감도 들고, 성관계의 저하와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양육 기준으로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1-2장). 아이는 축복이기에 자녀 양육은 행복하고 기쁘기만 하며 거기서 힘들어하는 당신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부모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상황들을 갓난아기 때부터 학령기 아이들(4장)을 거쳐 사춘기 아이들(5장)에 까지 보여준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만만찮다는 것을 톡톡히 일깨워 주었다.

둘째,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용이 채워졌다. 이것은 책의 내용들이 매우 신뢰할만하고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널리 알려져 있는 '그랜트 연구'의 조지 베일런트, '몰입' 분야의 권위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ECFE(미네소타 주립대학 유아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난 수많은 부모들과의 소통, 다양한 참고서적들은 자료의 방대함을 넘어 전문적이고도 실제적인 내용을 담아내고자 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셋째, 모든 현실적 고난을 뛰어넘어 자녀양육의 기쁨과 행복이라는 원초적인 질문과 답을 해본다. 특히 3장에서 자녀 양육에서의 실제적이고도 작은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자녀 덕에 부모는 어른 자아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하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도 알게 된다. 놀이할 줄 알게 되고, 아이들이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들로 다른 생각들을 해보기도 한다. 아이들을 돌봄으로 사랑하게 되는 선물을 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생길을 향한 직행 티켓을 발급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쁨은 곧 연결성이라는 것과 행복은 목적이 아닌 부산물이라는 통찰은 자녀 양육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참으로 가치로운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아이를 돌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고, 기쁨을 느끼는 방법을 점점 더 익히고, 그 아이들에게 점점 더 놀란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가장 순수한 차원의 선물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아무리 큰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마치 기적처럼 찾아온다. 찾기만 한다면.(435p)'

이렇게 매우 유익한 3가지 주요 특징을 이 책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기사를 펼쳐놓은 듯한 나열식 구성(비록 ‘장’의 구분은 자녀의 발달단계의 수준에 따라 각각 구성했지만 ‘장’ 안에 세부 내용들은 구분 없이 나열된 느낌이 강하다)은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다. 방대한 양과 양질의 전문적 내용들이 좀 더 잘 정렬되고 정리되었다면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좋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하거나 마냥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순간순간 자녀와 호흡하며 살아가다보면 행복이라는 부산물과 기쁨이라는 조각들을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살아온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 보려고 한다.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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