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문명의 발전은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이익을 주었다. 그러나 외향적 발전과는 어울리지 않게 현대인들의 내면과 정신, 정서는 궁핍해져만 가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 수많은 소통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마음은 나누어지지 않는 관계, 경제적 성공이라는 것 외에는 진정한 목표는 없어 보이는 왜곡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존재는 핍절해가기 마련이다. 자연스런 이치다.

 

이런 현대사회, 현대인이 처한 곤경에서 그들을 구해내고자 하는 노력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현대심리상담은 그것의 일환이라 보여진다. 예전엔 상담이라는 것이 정신병 환자들이나 받는 것으로 여겨져 터부시되었지만 이제는 그 문턱이 낮아져 필요하다면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 바스티유의 한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린 ‘심리학 카페’는 상담 그리고 참만남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책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그 카페를 찾은 5만명과 18년간의 상담 내용을 추려 정리한 심리학적 통찰 모음집이다. 우정, 사랑, 일, 인생 등에 관한 책의 내용들을 읽다보면 ‘그래~ 맞아’라고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심리학적 기재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현대인의 생활을 이해하길 시도한 ‘심리학 나 좀 구해줘’와 사랑하는 딸에게 전하고자 한 인생 통찰을 편지로 쓴 형태인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의 중간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론만 강조하지도 않고, 인생에 대한 통찰만 전해주지도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의 이론과 개념을 현대인의 아픔과 접목해 통찰로 이끌어 내는 그 과정은 참 탁월하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다년동안 정신분석을 받으며 회복된 독특한 경험이 그녀를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인간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마음에 와 닿은 몇 개의 구절들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인생의 최고 결정권자라기보다는 '나'라는 존재의 배를 탄 선원에 불과합니다(43p)."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게 아닙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53p)"

“엉성하고 모자란 단계를 거쳐야 완벽에 가까운 단계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58~59p)"

"심리치료사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온 결과 타인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100p)"

"실연은 죽음과도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자 사랑받는 ‘나’의 죽음이며 둘이 함께 창조한 세계가 종말을 고하는거니까요.(120p)"

"세월에 따라 변하는 우정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오래토록 친구를 곁에 두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청소년기의 단짝처럼 함께 하려고 한다면 자꾸만 변해가는 상대의 행동에 상처받기 십상입니다.(205p)"

"상대가 줄 수 없는 걸 요구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헛된 기대로 사랑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214p)"

"좋은 선택이란 완벽한 선택이 아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내리는 결정입니다.(235p)"

 

책을 읽다보면 나처럼 ‘무엇하다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지금 당장 파리의 바스티유의 카페로 달려가 상담을 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어, 시간, 돈의 한계로 포기할 것이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이 한 권의 책을 위로삼아 여기서 그의 통찰을 만날 수 있다. 그것으로 세상에 당당히 서보자. 나와 당신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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