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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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전에 집필했던 공상 같은 이야기였는데, 이제 우리는 그것을 현실로 만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최근에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앙이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힘을 쓸 수 없는, 아니 인간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의 크기까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묵직함도 있으나 오만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폐해를 직시하기에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초등학생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단전단수된 고층 아파트에서 벌어질 상황을. 어느 소설가의 단편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변기가 작동하지 않는 15층 어느 가정집의 변기에 쌓인 변을 어쩌지 못해 결국 신문지에 싸서 1층으로 내던졌고, 너무나 편리했던 냉장고에서는 썩은 고기의 물과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이 책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인 우리가 만든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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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 - 한국의 대표 과학기술자 47인이 전하는 과학자의 길, 인간과과학 총서 23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 양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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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은 대체로 여러 차례 굴곡을 겪는다. 도전은 인생 향로를 크게 바꾸게 하기도 한다. 냉철하고 명민해야 할 것 같은 과학자의 삶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제39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펴낸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양문)은 과학자 47명이 왜 과학의 길을 선택했는지 진솔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는 한권의 책과 편지가 계기였다. 평북 선천이 고향인 그는 광복 뒤 김일성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배우는 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뿐 교과서조차 없었다. 평양 고서점에서 만난 에드윈 허블의 〈성운들 저 건너편〉에서 위안을 얻어야 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과학자보다는 정치가가 되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연희대학 1학년 때 천문학 강좌에서 짧은 인연을 맺은 이원철 박사가 8년 만에 보내온 “외도 말고 천문학을 하라”는 편지는 그의 인생 설계를 바꿔놓았다.

‘똥박사’로 통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완철 박사는 농사짓다 만난 재앙이 기회가 됐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 상주농업고등전문학교에 들어간 그는 ‘배운 놈이 농사를 짓는다’며 제초제를 추천하라는 친척에게 농약을 구해줬다가 개구리며 붕어 등 논에 살던 생물이 죽고 급기야 벼마저 말라죽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며칠 고민하다 “다른 세상을 보라”는 어머니 권유로 서울행을 했다. 어독성 실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제초제가 젊은이의 작은 꿈을 접고 평생 ‘똥’ 연구 학자의 길을 걷도록 했다. ‘새박사’ 윤무부 경희대학 교수 명함에는 인디언 추장새 ‘후투티’ 아이콘이 새겨져 있다. 거제도 장승포가 고향인 그에게 해마다 봄이면 먹이를 찾아 동네 뒷산 뽕나무밭에서 20여일 머물다 사라지던 새에 대한 궁금증이 조류학자의 꿈을 만들었다. 윤 교수는 “새들에게 배운 것은 질서, 근면, 도전이라는 자연의 법칙”이라며 “공부는 좀 떨어지더라도 새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면 학자, 교수, 전문가, 박사란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재천 이화여대학 석좌교수는 어렸을 때 단 한번도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 권유로 본 서울대 의대 시험에서 두번 낙방한 그는 제2지망으로 붙은 생물학 공부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그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이는 세계적인 하루살이 곤충학자 조지 에드먼즈 교수. 한국을 방문한 그를 일주일 동안 따라다닌 끝에 최 교수는 어렵사리 영어로 물었다. “무엇 때문에 관광도 한번 못하고 물에서만 첨벙거리다 가시나요?” 에드먼즈 교수는 “나는 유타대 교수로, 솔트레이크시티 산 중턱 저택에서 금발 미인을 부인으로 모시고 살면서 하루살이를 연구하러 세계를 돌아다닌다. 당신 나라가 102번째”라고 답했다. 최 교수는 그길로 무릎을 꿇고 “선생님처럼 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인생의 고비는 삶에 대한 관조의 싹이 틔워올랐을 30,40대에도 찾아온다. 의사집안 출신으로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안철수 박사는 대학 본과 1년 때 함께 하숙하던 친구의 컴퓨터에 매료돼 컴퓨터바이러스 전문가가 됐다. 그러나 조교수 임용을 앞두고 안 박사는 고민에 빠졌다. 서울의대 졸업, 20대 의학박사, 20대 의대교수를 버릴 것인가, 컴퓨터를 하면서 느끼던 자부심·보람·사명감·성취감을 포기할 것인가. 안 박사는 남 보기 좋은 삶을 버리고 경영자로 변신하기로 결심했다.
-<한겨레> 2006년 4월 20일자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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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 에디슨, 테슬라,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전류전쟁
질 존스 지음, 이충환 옮김 / 양문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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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이 예사롭지 않다. ‘빛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세 사람의 전류 전쟁’. 전쟁의 주인공은 토마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조지 웨스팅하우스. 에디슨이야 발명왕으로 유명하지만,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 전기전자학회가 “우리가 그의 작업 결과를 빼앗고 제거한다면 우리 자동차들이 멈출 것이며, 우리 도시들이 깜깜해지고, 우리 공장들이 죽은 듯 하며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고 평가했다는 테슬라. 시대를 앞선 몽상가라는 그의 천재성을 에디슨이 묵살했다가 10년도 지나지 않아 오판을 인정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마르코니에 앞서 무선 전송의 개념을 생각한 테슬라는 그러나 지독하게 시대와 불화했다. 특허 사냥꾼에게 사기 당한 채 무일푼으로 쫓겨나 끼니를 걱정했고 실험실 화재로 평생 모은 자료를 잃었다. 후원자 웨스팅하우스가 자금난에 빠지자 17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로열티마저 포기한, 순진한 천재였다.
철도 에어브레이크 발명가 웨스팅하우스. 정직하고 명예로운 기업가가 존경 받고 가치 있는 회사를 설립해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악덕 자본가의 전성기에 보여준 기업인이었다. 테슬라와 운명적으로 만나 전류 전쟁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렸고, 그 전리품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챙긴 행운아이기도 했다.
전류 전쟁은 3회에 걸쳐 일어났다. 직류 전류 전송 방식을 고집한 에디슨이 테슬라, 웨스팅하우스가 주장하는 교류의 효율성에 위협을 느끼고 반격을 시도한다. 사형 도구로 전기의자를 채택하도록 로비한 것이다. 여기에는 교류가 직류보다 전압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음모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1차전은 직류 승.
2차전은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 조명 설비 입찰건인데, 웨스팅하우스가 GE를 물리치고 교류 전송 시스템 계약을 성사시켰다. GE는 에디슨의 후원자인 미국 금융 재벌 피어몬트 모건이 탄생시킨 기업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승리. 웨스팅하우스는 여세를 몰아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 발전의 송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GE를 따돌림으로써 3차전을 승리로 장식한다. 전류 전쟁은 이렇게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 퇴출로 막을 내린다.
과학, 발명, 돈벌이가 합쳐진 모험담이다.
-한국일보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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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이빨 - 모든 죽어가는 것은 아름답다 세미나리움 총서 16
미다스 데커스 지음, 오윤희.정재경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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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제목이나 기본적인 책소개를 통해 이 책을 구입했다. 현재 몇 장째 읽고 있지만 내용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도대체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의도가 명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안내하는 저자의 서문이나 옮긴이의 글을 찾았는데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내가 책을 읽을 때 주로 그 부분들을 참조해 읽거나 다 읽은 후에 다시 그 글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음미하거나 역자의 고뇌를 생각한다. 특히 이러한 인문학 책일수록.......

옮긴이의 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이 책이 재미가 없어졌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 책을 읽어낼 독자의 성실성이 없다. 그래서 더이상 읽는 것을 포기하고는 동녘에서 출판된 님 웨일즈와 김산의 <아리랑>을 읽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러 부분에서 아주 성실해보인다. 그리고 독자를 배려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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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조안 말루프 지음, 주혜명 옮김 / 아르고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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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을 읽고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독특한 재미를 느낀다. 뭔가 아주 궁합이 맞아떨어지는 음식을 먹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소로의 산책론을 통해 보는 조안 말루프의 나무 이야기는 그 깊이 깊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방안에서도 숲을 이리저리 거닐며 나무들을 껴안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원시림 속에 있다는 착각을 할 때도 있다. 이는 저자인 말루프가 과학자인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글쓰기 솜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루프를 과학자라기보다 소로처럼 자연과 하나가 된 자연주의 작가라고 부르고 싶다. 그의 다른 책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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