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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봐, 생각을!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7
일란 브렌만 글, 레나토 모리코니 그림, 이민정 옮김 / 현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제목이 주는 뉘앙스를 처음 접하면 책을 뒤집어서 보라는 뜻인가?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답니다.
그리고 아랫부분에 있는 생각을! 이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의미인지..도통 감이 잡히지 않고 책 중간에 뚫려진 구멍은 무엇을 뜻하는지..
왜 뚫려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첫 인상을 풍기는 그림책이었어요.
책을 몇번씩 되풀이하면서 읽어보고...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보게 됨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유아들보다는 어른이 읽어도 될 정도로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어요.
스토리텔링(Story + Telling)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방법의 형식을 띠고 있답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는 작년부터 부각되어져 사용되고 있어요.
올해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도 스토리텔링이 적용되어 일반 연산이나 기호가 아닌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개정이 되었어요.
2012년 화이트 레이번즈 상을 수상한 이 책은 일란 브렌만이 스토리텔링 기술에 관해 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라고 쳥할 만큼 이야기로 모두를 감동시키고 격려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진정한 스토리텔링의
기술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게 귀를 기울이고,그 사람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해 주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임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본문 발췌)



처음엔 아주 커다란 구멍이 보여요.
면지를 넘기면 할아버지 한 분이 보이고 머리에 사과를 연상케하는 것을 올려놓은 구멍사이로
다음 장에는 화살이 지나가는 구멍이 연결되어져 보인답니다.
이 작은 구멍들은 각 페이지마다 다양한 그림들과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어요.

먼 옛날,폴란드의 작은 마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어요.
그 분은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르쳐 주었어요.
선생님이라 불리우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어요.
어려운 일이나 슬픈 일,무서운 꿈 이야기 등 어떤 것이라도 진지하게 들어 주었어요.
선생님은 이야기를 잘 들어줌으로써 고민을 상담하러 온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어요.
선생님이 해 주시는 이야기들은 모든 사람의 상황에 딱 들어맞았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지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는데,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고민을 듣고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반 이상은 풀어진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요.
"선생님은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딱 맞는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또 마을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 주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학생들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기에 모두들 숨죽여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요.
책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여기서 또 하나 시작된답니다.


오래전에 활과 화살에 흠뻑 빠진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그 소년은 부모님에게 활쏘기 수업으로 유명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졸랐어요.
4년이 넘게 활쏘기에 대한 실력과 경력을 쌓은 후
세계 활쏘기 대회에 참여하기로 해요.
대회에 참석한 청년은 긴 울타리를 따라 수백 개의 과녁이 있었는데,과녁마다
정확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해요.
누가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면 한가운데에 그것도 수백 번도 넘게 정확하게 맞힌 건지 말이죠.
깡마른 소년이 청년을 붙잡으려 자기가 했음을 말해요.
"먼저 화살을 모두 쏴요.그 다음에 화살 둘레에 물감을 칠하면 되요."
생각을 달리하면 정답이 보인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다 해결책이 있다는 거지요.
"얘들아,나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청년이기도 하고 소년이기도 하단다.
나는 늘 귀 기울여 듣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
사람들이 내게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하면 난 단지 사람들 이야기 위에 내 이야기를 그려 주는 거란다.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오늘날 인간은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여럿보다는 혼자의 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고민이나 응어리..혹은 불만을 털어내고자하는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그런 욕구를 풀어내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정신과 의사는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해결책을 마련해준다고 합니다.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선생님으로 불리우는 할아버지도 같은 맥락인듯해요.
고민을 가진 이들이 찾아오면 그들의 고민을 가슴깊이 내 일처럼 들어줌으로써
해결책을 스스로가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이끌어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