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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깡통 집 ㅣ 햇살어린이 48
김송순 지음, 유연경 그림 / 현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겨울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있게 된 찬우.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산속에 네모난 깡통
같은-
사실은 컨테이너인 곳이 아빠의 집이었다. 지능이 낮은 삼촌과 함께 사는
아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삼촌 문제로 늘 엄마와 다툼을 하던 아빠는 삼촌과 함께 홀연히 떠나버렸다. 아직 찬우가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때 아빠의 부재와 엄마의 바쁜 일상으로 찬우는 어린 시절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더 비뚤어진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몇 년 후 아빠는 다시 나타나 찬우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겨울 방학 기간 동안이라며 못을 박았지만 왠지 그 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다.
아빠와 삼촌은 이곳에서
오리 농장을 하고 있었다. 축사의 오리를 보러 간 날 아기 오리 한 마리를 시작으로 축사 가득 노란 오리들을 보며 찬우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뛰쳐나와버렸다. 노랑머리. 그 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던 것이다. 찬우가 학원을 마칠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노랑머리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학원비를 깜빡하고 내지 못한 날 그날도 역시 노랑머리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절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출장 갔다는 문자만이 찬우의 휴대폰에 남아 있었다. 그로 인해 찬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화가 나면 손 모양으로 총을 만들어 자신의 북받치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했다. 스스로 진정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삼촌과 아빠가 돌봐주는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도 찬우의 감정 기복으로 죽이고 말았다. 죽일 마음이 없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랑머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속상한 마음에 탈출을 감행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터널에 들어섰을 때 노랑머리의 환상에 사로잡혀 도망칠
수 없었다. 그때 자신에게 길을 알려준 선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노랑머리에 대한 꿈을 꾸는 날이면 어김없이
찬우의 마음은 요동쳤다. 오리가 있는 축사를 돌보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겨우겨우 진정했다고 생각한 순간 찬우는 오리를 보며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새끼 오리들은 밟히고 치이고 죽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삼촌이었다. 찬우로 인해 다친 오리들을 아빠는 찬우가 돌보게 했다. 처음에는 싫고 귀찮았지만 잘
하면 집으로 보내준다는 말에 승낙을 했다. 오리들이 너구리의 습격을 받고 다치거나 죽어 나가면서 찬우는 오리에게 정성을 더 쏟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여운 오리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작고 약한 오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자신이 거두지 않으면 목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찬우는 어둠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 자신을 맡긴 집에서 늘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던 찬우는 약도 먹고 치료도 받았지만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노랑머리와의 일까지 있었으니 찬우의 마음은 이미 곪을 대로 곪은 것이었다. 어쩌면 엄마와 함께 있는 것보다 아빠와 삼촌,
그리고 또래 친구 선우가 있는 이곳이 찬우 속 마음의 병을
치유할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 이모가 계신 캐나다로 간 엄마에게선 소식이 없다. 아무래도 엄마의 우울증이 생각보다 더 깊었던 것이었나 보다.
엄마도 힘들었기에 찬우까지 보살필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꽃이 피고 봄이 오면 찬우는 선우와 함께 새로운 학교에 다닐 것이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이제는 충분히 받았으면 한다. 더불어, 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았으면 한다. 아마 엄마의 병이 다
나으면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