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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한 글자 한글자 마음에 새기며 읽어보고 싶은 책을 찾았어요.
마치 육아를 시로 표현한 듯한 언어천재이신 이연진 작가님.
읽다보면 내 마음이 다보록해지고,
한글이 이토록 아름답고,
글로 음악을 만다는 느낌이랄까
글자가 아닌 음률이라고 느껴져요.
육아로 힘들때 책을 읽으니 내 심신의 안식처 같았고요.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책으로 만나는 기분도 들었답니다.^^
나도 아이 하나였을 때는 이런 기분을 가졌었는데,
현실은 전투육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자녀가 하나였을 때와 둘일때는 참으로 다르더라고요.
그 아이가 예민하다면 더욱 달라지고, 아픈 아이라면 다시 상황이 달라지죠.
240 쪽으로 구성되어있어, 책은 얇지만 글에서 주는 여운은 길어요.
p. 65
여름엔 전신주 전선처럼 시간도 주욱 늘어지는 게 분명해. 왜 있잖아, 달리의 그림처럼.
p. 67
실은 나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게 된 지 몇 해 안 된 병아리 엄마인데 세상이 아이에게 좀 더 안전한 곳이었으면 하는, 어름으로서 느껴야 할 책임의 무게까지 지고 있으려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을까. 칼릴 지브란의 시가 내게 올 때로구나.
p. 69
아이는 오이꽃처럼 노랗게 밝아오는 창문을 바라보며 달콤하게 말했다. 순간 나는 이 여름이, 길고 긴 방학이 언제 끝날까 손가락을 꼽는 대신 아이의 매일을 축하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라나는 한 사람 앞에 뜨거운 계절이, 일 년의 한중간이 통째로 펼쳐져 있다는 게.
p. 74
첫번째 육아의 맛 : 커피
'잠 없는 삶을 네게 줄게.' 커피는 언제나 내게 달콤한 강요와 씁쓸한 위로를 동시에 전네는 기묘한 존재였다.
뜨겁고, 달고, 쓰다.
p. 100
생활을 대하는 자세와 표정, 곁에 두고 매일 쓰는 사소한 것들을 고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무형의 유산이 아닐까, 결국, 작고 따스한 것들이 남는다.
p. 114
육아 최대의 난제는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림은 힘들고 힘들어서 서럽다.
육아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혹시 어른의 보폭과 성미를 아이에게 보채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는 이 방의 땅에 갑자기 떨어진 여행자다.
p. 165
아이도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지금껏 나 흔들리지 말라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도닥여준 게 이 작은 손이었구나. 쓰리던 마음이 어느새 성해져 있곤 하던 것도 아이가 그 여린 손이 닳도록 나를 어루만져주 덕이었다.
아가, 너도 나를 보듬느라 무진 애를 썼구나.
p. 178
만약 나의 육아에도 장르가 있다면, 그리고 아이와 나의 합보다 큰 '우리'라는 장르가 따로 있다면, 그 장르는 진실되고 아름다운 수필이었으면 좋겠다. 창밖은 가없는 봄, 수필 같은 신록이 한창이다.
p. 221
"인간은 재물만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저축한다.
그날의 기억밖에 없는 삶은 그날 벌어 그날 먹는삶보다 더 슬프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부모의 사소한 취향이 아이 삶의 밑그림이 되죠.
작가님은 프랑스어, 엉어 문학과 교육을 전공했고, 미술사학도 배우셨대요.
그래서 심미적 취향 생활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는데요.
책에도 많은 문학자, 명언, 영화 그리고 그림도 나와요.
상황에 맞는 문학 작품들 소개로 독자들이 육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빠르게 육아가 아닌 느린 육아의 고유함을 알려주신 작가님을 이제 알게 되더니
늦었지만, 작가님의 첫 책인 내향 육아도 읽어보려고요.^^
고급육아, 느리지만 응원받는 육아책을 읽고 싶은 분께 추천드려요.
마음이 편안해지실거에요.^^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