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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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같은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
하얀 종이의 반으로 접혀진  한쪽면에 그려지듯 쓴  작가의 문장은 반으로 접어 반쪽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남자(너무 늦은 시간)를, 때로는  여자(길고 고통스러운 죽음)를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독자인 우리의 시선(남극)의 반접음으로 완성해 내는  느낌입니다.

3편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3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첫번째 소설 《너무 늦은 시간》에서 나오는 소심한 남자 카헐은 오늘로부터 어제로 또 그 과거의 시간으로 여자 사빈을 만나고 약혼을 하는 시간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태엽을 감으면 원통이 돌아가고 원통에 의미없이 꽂혀진 금속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오르골 처럼. 만남에 만남으로 부딪히며, 감아놓은 태엽이 다 끝나 의미 없는 마지막음을 들려 주듯이 남자와 여자의 시간도  의미없는 마지막 소리를  들려주는 오르골의 태엽을 감는 것은 남자의 손입니다.

두번째 소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에서 나오는 독문학 교수라고 하는 중년 남자는 뵐 하우스에 묵게되는 한 여인을 관찰하고 여인이 뵐 하우스에서의 시간을 경계합니다. 경계하는 남자는 여자가 주는 케이크를 개걸스럽게 먹으면서, 여자가 묵고있는 뵐 하우스에 대한 애착을 보여줍니다.
남자의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게 되는데, 무엇가에 몰입된 정신에 사로잡힌 말과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의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사회의 불협화음으로 보여집니다. 남자의 이러한 모습을 여자의 세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소설 《남극》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여행을 하는 여인에게 다가오는 낯선 남자, 남자와의 하룻밤이 이루어진 공간과  서로 맞잡았던 시간의 짧은 행복은 남자가 숨겨둔 덫에 걸려  살이 찢기고, 피가 맺히는 공간에서 검게 칠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여자와 남자의 시간은 반접음의 데칼코마니를 독자의 손에 쥐어 주는 작가의 결말이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종이의 접음으로  완성되어지는 소설을 읽고,
앞선 세대들의 그림들을 반으로 접으며 완성해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성들의 세상이  접어 놓은 이 번져버린 그림의 세상에 선명한 선을 그리고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그려야 할 하얀 종이의 시간이 아닐 까 싶습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뻐야만 하는 날에 아버지의 말버릇이 그의 인생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p.26 - 너무 늦은 시간

아버지의 말버릇은 반쪽의 그림으로 아들이 그 반쪽의 그림을 접어 완성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하얀 종이 위에 검게 번져버린 데칼코마니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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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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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성장을 한 소년에게
바다는...
계절이 바뀌는 바다가 있습니다.
계절마다 꼭 보아야 할 바다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나왔던 날
오슬비가 내리며 하얀 모래사장이 빗물에 적시어 지는 봄의 바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 나갔던 날
바람에 부서지지 않은  파도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여름의 바다.
사람이 떠나간 해수욕장에 남겨진 날
하늘과  파랑색 물결선으로  경계를 긋는 가을의 바다 
하얀 눈이 내리던 홀로 서 있는 날
하얗게 눈 내린 해변을 달렸던 깨지지 않은 겨울의 바다

바다와 함께 한 어린 날들에 기억하는 바다처럼,
한가족이 이십년간 구월의 보름을 바다가 있는 곳에서 휴가를 보내왔고, 이십년이라는 시간의 모래시계에서 쓸려가버린 사람도, 밀려온 사람도 스티븐슨 가족의 보름의 휴가를 따라 짧은 만남과 긴 여운을 남겨주는 한편의 소설을 읽게 됩니다.

  스티븐슨씨, 스티븐슨 부인, 아들 딕, 딸 메리, 막내 어니 그들이 떠나는 9월의 보름동안 가지는 휴가에서의 일들은 여름 휴가를 보내는 이들의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읽게 됩니다.
  그 평범한 시간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여러 일들은 휴가지에서 누구나 경험해 볼 법한 일들이지만, 그 평범함을 기억하게 하고, 또 추억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들에게 남겨지는 구월의 계절이 주는 무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그곳에 다시 가지 않으면 슬프게 깨져버릴, 여타 많은 사소한 추억거리들이 있었다."p.13

  스티븐슨 부인에게만은 이 불편한 휴가의 기억만이 체득되어갔지만, 부인 역시 자신이 이러한 휴가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고 드러내지는 않았는데, 그들이 20년간 머물던 곳의 주인 부인의 어려움-스티븐슨 가족이 휴가를 끝내고 떠나면 그 다음으로 올 가족들이 더이상 이곳, 시뷰를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 을 듣고, 공감하며 그들의 휴가에 가장 큰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남편 스티븐슨과 뜻을 모으게 되는 장면은 스티븐슨부인이 그동안 느낀 감정의 빈틈이 다른 무엇(우리나라였으면, 정이라고 하겠는데....)으로 메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은 그들이 그곳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결정한 날, 비가 내리고 가족이 함께 오락실을 방문하여 즐기는 장면에서 스티븐슨 부인이 보여준 모습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감정의 몰입이었습니다.

🏖"스티븐슨 부인은 바다를 보면 겁을 먹었고, 한 번도 그 두려움을 극복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바다가 죽은 듯 평온할 때가 가장 두려웠다."p.12

🏖"스티븐슨 부인에게 시뷰란 매년 자신의 골머리를 썩이고 심란하게 하는 보름간의 뒷배경일 뿐이었다."p.15

🏖"그렇게되니까 지금은 그들 휴가의 한쪽 끄트머리가 공기 중에서 허전하게 나부끼는 듯해진 것이다."p.403

🏖"스티븐스 부인은 한량없이 안심되어서 옆구리가 아플 때까지 웃었다. ....중략....그녀는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건가?"p.423

한 가족이 20년간 보내온 구월의 휴가에서 그들이 겪는 휴가지의 일상은 너무나 소박하지만, 그 일상에서 겪는 가족 개개인의 감정과 고민, 그리고 청춘들의 시간은 일상이 어제랑 똑같다 라고 불평하고, 매일 매일이 똑같아서 지겨운 날들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이들에게 당신이 경험하는 일상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중요한 것들이란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p.74

🏖"런던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사물들이 거뭇해지는데, 해변에서는 창백해진다."p.147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이야기된 말들이나 작은 몸짓, 생각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니, 다만 시간에 영향받지 않고 깊은 감사함만이 계속 머물며 남을 뿐이다."p.341~342

🏖"구월에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오는 위안 중 하나는 다른 모든 이가 귀가 중이거나 곧 귀가할 예정이라고 느끼는 것이었다."p.430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 등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힘들어 진것이 현실이기에, 이 안타까운 전쟁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평온한 일상의 기록이 그 어느 이야기보다 더 빈틈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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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읽기 시크릿, 인간심리 36 - 말하는 걸 믿지 말고 ‘행동하는 걸 믿어라!’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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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를 안다는 것.
손자병법에 나오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고,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 사회 생활에서 얼마나 절절한 문장으로 새겨지는 지는 겪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적을 알기 전 나를 알기 위해서, 또 상대방을 알기 위해 혈액형이 무엇인지? 별자리가 무엇인지?
사상체질이 무엇인지? 무슨 띠인지? 아니면 무슨 MBTI 인지를 물어보는 이 모든 물음표 ?에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부단한 물음들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36가지의 인간에 대한 행동의 이론과 사회의 현상에 대한 이론과 연구들의 정의로 인간의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 심리의 현상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카오스, 결정장애, 님비, 스톡홀름 증후군, 플라세보 효과, 방관자, 군중심리, 마녀사냥 등 인간의 행동을 탐구하며 정립된 주제들과 주제에 잘 맞는 예시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심리의 다양성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하나의 인물이 가지는 복잡한 성질에 대해서 폭넓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잘 읽혀지는 하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적었던 것처럼 인간의 역사 속 인물과 기록들, 그리고, 세상을 떠들석 하게 했던 사고들과 사건들에서 정의된 주제들을 일관성 있게 써내려가고 마치 징검돌을 건너 뛰어 가는 듯한 전개와 결말로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징검돌 건너기에 자칫 잘못 내딛으면 물에 풍덩 빠져 젖는 것  같은 280쪽의 오류도 있지만......

  독자의 지적 효용성을 잘 채워준 책이라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 아바타의 명대사
   "I SEE U"
를 이 책을 읽은 감상글로 쓰며 마쳐봅니다.

당신이 궁금해 할 수 있는 36가지의 인간심리 주제들이 이제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 도서는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에서 지원(협찬)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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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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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번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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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갑니다.
경사가 심한 산비탈. 몸하나 가누기 힘든 산비탈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  산비탈을 타고 올라온 바람은 땀에 부딪힙니다.
  나무에 부딪힌 바람은 부서지지 않습니다.
  부서지지 않은 바람에....
파도가 치는 해안에 서 있던 날들이 떠올려봅니다.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숨소리는 마치
바다의 파도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무살무렵의 나는 파도가 부딪혀 깨지는 갯바위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푸른 불꽃 같은 심장이 고동치는 물음에....침묵으로 하얀 모래 위에 글을 남겼습니다.
  문득, 바다의 파도는 깨지지 않음을 보게됩니다.
깨지지 않는 파도에....

눈물 흘리며 삼킨 울음처럼, 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이름 빅토르,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빠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엄마, 자신이 지켜야할 가족의 이름 앞에 푸른 불꽃 같은 심장이 고동치는 물음에....참아야 하는 한 여인의 이름 틸다.

  자신이 떠나면 홀로 남겨져 엄마를 지켜봐야할 여동생에 대한 걱정과 불안, 그 두려움의 무게는 그녀는 인생이란 물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 베인듯한  아픔,  인생에 잘려나간 고통, 인생에 멍이든 슬픔, 인생에 아무것도 없는 외로움의 모든 날들에 틸다와 빅토르는 서로의 인생에 존재하여준 이반으로 인해 침묵해야 했던 마음의 글들이 말이 되어 서로에게 전해 주게 됩니다.

  그들이 바라본 저녁 하늘의 석양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 둘의 인생에서 또 다른 공간의 시간에 바라보게 될 검은 먹빛의 그늘이 드리워진 저녁 하늘조차도 그들에게는 함께 헤엄쳐야할 레인일 것입니다.

  서로의 다름에 부딪히는 소리와 진동.
다름의 소리와 진동이 맞춤의 이음이 되어 공명되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맞울림으로 크게 와닿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길 모퉁이에 기대었던 날들의 힘겨움이 섬세한 문장에 그래, 그 때 그랬었지...회상하게 하는 소설.

  비 맞으며 하염없이 걸었던 날들의 나는 소설 속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부서지지 않는 바람처럼, 깨지지 않는 파도같은 것이라고.....     

  "비가 오는 날의 행복로는 맑은 날과는 달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p.23

"모든 생각을 꺼버리고 싶다. 나와 음악만 존재하길 바란다. 음악을 더 강하게 몸 안으로 들여보내고 생각을 바깥으로 밀어내려고 애쓴다."p. 51

"나는 이다가 언제나 구원의 순간을 그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p.56

"그는 내가 풀고 싶은 수수께끼,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 과제 같다."p.77

"이번에는 "다음에 만날 때까지"도, 그 뒤에 붙는 작은 물음표도 없다. 작별에 익숙한 내가 느끼기에 이것은 진짜 마지막이다."p.104

작별의 안녕. 만남의 안녕..안녕의 의미를 오늘 생각해보며,

'틸다, 이다, 빅토르 안녕'

안녕....

다산북스의 도서와 제작비 지원받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ekida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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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제이 옮김, 야마구치 하루미 일러스트 / 청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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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홀로 자연과 마주하게 되는 작가의 삶 속에서 나이듦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생각하게 되는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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