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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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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는 현 서울성북경찰서장이자 30년간 경찰 조직에 몸담은 베테랑 경찰이다. 어찌 보면 한국 경찰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모델이 미국 경찰인데, 저자는 3년 동안 미국 경찰 영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둘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미국 경찰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자주 봤지만 그들에 대해 실제 지식은 전무했어서 제시된 수치와 통계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미국 경찰은 중앙집권화가 아닌 분산화, 분권화된 시스템이며 그 예로 이사를 가는 경우 소속 경찰서에 사표를 내고 이사한 도시의 경찰서에 새로 시험을 보고 선발되어야 한다. 또 놀라웠던 건 경찰의 부업이 허용되며 이를 지칭하는 '문라이팅'이라는 용어까지 있다는 사실. 심지어는 업종에 제한이 없는 도시도 있어 제복을 입고 나이트 클럽 앞에서 일하거나, 교회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전역의 경찰이 80만 명이면 민간 경비는 100만 명이 넘으며 경찰 중에도 부업으로 삼는 이가 많고, 은퇴 뒤에 민간 경비 회사의 고문이 되고자 하는 고위직 또한 많다고 한다.


어학연수 당시 내가 다녔던 학교에도 대학 경찰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마약 때문인 줄 알고 따로 경찰까지 둘 일인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 경찰이 별도로 설치된 건 총기 난사 사건 때문이고, 대학교를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해서 충격적이었다. 대학에 진학할 때 취업률이나 네임 밸류 외에도 캠퍼스 안에 경찰이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세상이라니.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10만 명이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친다고 하니 수긍이 가다가도 끔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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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식문화사 - 세상 모든 지식의 자리, 6000년의 시간을 걷다
윤희윤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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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책이 도서관 '지식문화사'가 아니라 '도서관' 지식문화사인 줄 알았을까. 도서관에 대한 애정 하나로 읽기 시작한 나에게는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었다. 저자가 '6000년이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책, 독서, 도서관이 특정 시대와 어떤 관계였고, 인류 문명사 전체를 조망해봤을 때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슨 의미였는지 이 책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밝힌 것처럼 책은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걸쳐 전 세계의 도서관을 착실하게 아우른다.


도서관에서 태어나 도서관에서 살다가 도서관에서 죽어 도서관에 묻힌 보르헤스. 시력을 잃게 되자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아이러니'라며 '내 눈은 꿈 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을 고용해 책을 읽고, 구술과 강연을 통해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그의 인생은 책에 크게 관심이 없던 그 당시에도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저자이자 도서관 협회 회장, 국립 도서관 자문 위원장 등을 역임한 윤희윤 교수 역시 평생을 헌신해 연구하신 분이어서 도서관의 역사에 대한 전문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저 역사를 설명하기만 하는 글이 아니고 도서관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위기들과 그 원인,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서관의 과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다루고 있는 책.


만듦새 역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500쪽에 가까운 페이지임에도 각진 양장본에 밝은 색의 표지, 깔끔한 디자인 때문인지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 들지 않았다. 실린 사진이 많고, 내지가 두껍지 않은데도 뒷면에 거의 비치지 않고 화질 역시 선명하다. 가름끈 역시 잘 사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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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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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엄청난 폭발력의 사춘기를 겪었다. 이유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가 매로 손바닥을 때리겠다고 하자 그 앞에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던 적도 있다. 아빠는 그 뒤로 단 한 번도 체벌을 한 적이 없고, 우리 가족에게는 이제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아 있었지만 이 경찰서 에피소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는 촉매가 된다.


2019년, 만나면 술을 마시거나, 왁자지껄하게 싸우는 대신 교회 이야기로만 몇 시간을 채우는 소위 '믿는 집안'인 친가의 가족 모임 자리였다. 일터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빠의 형제 하나가 직원들을 전부 데리고 '보신탕'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표정 관리가 안 됐고, 강제성이 있는 회식 메뉴를 그런 식으로 선정하는 것 또한 갑질이라고 한 마디 했다. 그는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를 데리고 그 식당에 들러야 되겠다고 장난스레 말했고, 내가 나를 다시는 보기 싫다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하자 돌변해 역정을 냈다. '너(아빠)는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 쟤(나) 어렸을 때도 회초리 들었다고 경찰에 신고한 적 있지 않냐,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키우면 애 싸가지가 저 정도냐'로 시작된 폭언은 그의 부모이자 나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앞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전까지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 소리조차 들어 본 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긴 사족을 덧붙이는 이유는 부모에게 순종적이지 않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 주고, 항상 잘해 줬다고 생각했던 이는 '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던 사건'이 너무나도 괘씸한 나머지 십여 년이 지난 후에도 나를 되바라진 애라고 여기고 있었다. 나는 그 사건을 겪고 난 후 일절 가족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그와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지만 나 역시도 '맞아야만 정신 차리는 아이들이 있고, 어쩔 수 없는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17년에 쓰인 이 책은 어제 쓰였다고 해도 믿겨질 만큼 2021년의 현재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작가는 '촛불로 태어난 정부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기 바라며 책을 마쳤지만 여전히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그 배경에는 민간 입양 기관의 사익 추구와 경찰의 무능함이 있다. 허겁지겁 만들어지는 법안은 그저 땜빵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앞으로 몇 명의 아이들을 더 잃게 되고, 앞으로 또 몇 번이나 'OO이 법'이 발의되었다가 폐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정상가족'에 대한 거짓된 믿음은 너무나도 많은 것에 악영향을 끼친다. 미혼모들에게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게 하고, 기혼 여성이 이중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에 순응하게 하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존재를 지운다. '공'이 모자라 '사'가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느라 그 안의 모두가 불행해진 상태라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하며 개인적 차원의 인식 개선과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을 통해 더 이상 정상성에 집착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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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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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책에서는 근거 없는 믿음을 통틀어 미신이라고 칭한다. 일괄 분류가 기분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근거 없는 믿음은 이런 것들을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근거가 없다고 했지, 나쁘다거나 틀렸다고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많은 경우 근거 없는 것은 나쁘고 틀리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류의 발전은 종종 근거 없는 믿음을 확신한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 보노보는 평균 90분에 한 번꼴로 성관계를 가진다. 일단 만나면 관계부터 갖고 본다. 갈등이 생겨도 관계를 해서 긴장을 완화한 뒤에 문제를 해결한다. 꼭 이성 간의 문제도 아니다. 보노보는 대부분 범성애 성향으로 같은 성이라도 만나면 일단 하고 본다. 그들은 침팬지보다 비교적 평화롭다.

📎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삶을 생각해보자. 남성은 힘이 들든 고생을 하든 어쨌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나 아들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물론 좋은 부인과 좋은 어머니는 남편이나 자식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쨌든 그녀들의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하긴 어렵다. 여성에게는 운이 너무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미신에 빠져들고 종교를 신봉할 확률도 높다.

📓 나는 스스로를 미신과 전혀 무관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워낙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집안에서 컸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중요한 날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기 바빴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매사에 논리 따지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흔히들 보는 타로나 사주 역시 시간 낭비로 여겼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굳이 역술인을 통한 '본격적인' 미신 외에도 수많은 미신들이 우리의 일상에 산재해 있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어떤 색의 지갑을 쓰면 돈이 잘 들어온다, 문지방은 밟으면 안 된다, 동물 이름을 음식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 등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야 된다고 들었던 대부분의 믿음들이 결국은 미신이었다. 작가가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고 정의한 종교 역시 마찬가지. 나는 원래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연을 '관리하고 다스리라'고 했다는 성경 구절 때문에 미국인들로 대표되는 온 세상 사람들이 지구를 등쳐 먹고도 뻔뻔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이 외에도 무심코 내리는 결정이나 당연하게 믿어 왔던 것들이 사실은 미신에서 기인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후의 배신감이란.

동서양의 미신과 종교, 정치, 사상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내 수준에서의 깊이 있는 독서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내용의 이야기를 짧게 엮어 지루하지 않게 설명한 오후 작가의 역량이 놀라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판단을 내리는 말투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들과 과학적 근거를 나열해 줘 판단을 강요한다거나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더 좋았다.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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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3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완결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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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체리스는 브레잔에게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표준 역법을 유지하려고 수많은 사람을 고문해 죽이는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 믿음이 강렬했기 떄문에, 그는 켈 사령부를, 가족을, 연인인 트세야를 배신했다.


* "잔혹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서 개인의 삶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행복을 주는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 몰두할 시간이 확보된다면, 목격했거나 혹은 직접 저질렀던 온갖 끔찍한 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어요. 그럼 좀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방법 대신 말이죠."


* 제다오는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녀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으니까. 나팔 소리에 맞춘, 그래봤자 못 일어날 때가 많은 기상 소리, 지정된 식당에서 중대원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 보병대 훈련을 받으며 친숙해지는 온갖 무기들, 그리고 귓가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설령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으리라는 확신.


* 제다오는 과거로부터 단절된 존재였다. 루오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과거가 역사책 속의 먼지투성이 낱말로 졸아들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단절된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 함대의 모든 켈은 동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뜯겨져 나온 셈이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서로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 완벽히 켈다운 조치였다. 그리고 완벽히 켈다운 복수였다. 다네스는 지휘관을 구해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를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부정했다.


> 세 권을 합치면 천육백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마지막 이야기. 사실 1권, 2권은 둘 다 몇 시간 만에 읽어서 나는 정말 지독한 덕후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권은 속도가 잘 나지 않아서 완독에 꽤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편인 레버넌트 건은 크게 3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17살의 기억과 44살의 육체를 가진 채 깨어난 제다오, 역법 변동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쟁 중인 브레잔, 쿠젠의 암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 체리스까지.


공허나방은 전투, 광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존재로 놀라운 재생력을 소유하고 있는데 쿠젠이 이를 이용해 영생을 꿈꿨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 작가님이 쿠젠에게도 나름의 서사는 부여해 주셨지만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삶을 강제하는 건 얼마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인가?


또한 마지막 편에서는 그저 뱀형 서비터, 새형 서비터 등으로 불렸던 서비터들이 이름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그저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일꾼으로 여기고, 배경에 숨어 뒤처리하는 데 익숙했던 이들이 호명된 후에 확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온갖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헤미올라는 쿠젠 암살에 거의 체리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너무 귀여웠다.


특이했던 건 다른 편에 비해 꽤 자주 등장하는 애정씬들. 켈의 진형 본능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켈다운 복수를 더욱 강조하고자 쓰인 거겠지만 굳이 왜 삽입된 건지 잘 모르겠는 SM적 요소나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사랑 이야기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더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제다오가 이전의 제다오로 안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부분.


책을 읽는 내내 찐다오와 짭다오로 구분해서 읽었는데 결국에는 짭다오(제다오)도, 찐다오(체리스)도 외롭지 않게 지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결말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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