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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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책에서는 근거 없는 믿음을 통틀어 미신이라고 칭한다. 일괄 분류가 기분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근거 없는 믿음은 이런 것들을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근거가 없다고 했지, 나쁘다거나 틀렸다고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많은 경우 근거 없는 것은 나쁘고 틀리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류의 발전은 종종 근거 없는 믿음을 확신한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 보노보는 평균 90분에 한 번꼴로 성관계를 가진다. 일단 만나면 관계부터 갖고 본다. 갈등이 생겨도 관계를 해서 긴장을 완화한 뒤에 문제를 해결한다. 꼭 이성 간의 문제도 아니다. 보노보는 대부분 범성애 성향으로 같은 성이라도 만나면 일단 하고 본다. 그들은 침팬지보다 비교적 평화롭다.

📎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삶을 생각해보자. 남성은 힘이 들든 고생을 하든 어쨌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나 아들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물론 좋은 부인과 좋은 어머니는 남편이나 자식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쨌든 그녀들의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하긴 어렵다. 여성에게는 운이 너무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미신에 빠져들고 종교를 신봉할 확률도 높다.

📓 나는 스스로를 미신과 전혀 무관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워낙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집안에서 컸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중요한 날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기 바빴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매사에 논리 따지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흔히들 보는 타로나 사주 역시 시간 낭비로 여겼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굳이 역술인을 통한 '본격적인' 미신 외에도 수많은 미신들이 우리의 일상에 산재해 있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어떤 색의 지갑을 쓰면 돈이 잘 들어온다, 문지방은 밟으면 안 된다, 동물 이름을 음식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 등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야 된다고 들었던 대부분의 믿음들이 결국은 미신이었다. 작가가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고 정의한 종교 역시 마찬가지. 나는 원래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연을 '관리하고 다스리라'고 했다는 성경 구절 때문에 미국인들로 대표되는 온 세상 사람들이 지구를 등쳐 먹고도 뻔뻔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이 외에도 무심코 내리는 결정이나 당연하게 믿어 왔던 것들이 사실은 미신에서 기인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후의 배신감이란.

동서양의 미신과 종교, 정치, 사상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내 수준에서의 깊이 있는 독서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내용의 이야기를 짧게 엮어 지루하지 않게 설명한 오후 작가의 역량이 놀라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판단을 내리는 말투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들과 과학적 근거를 나열해 줘 판단을 강요한다거나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더 좋았다.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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