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오지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시집<사평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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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 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시집<간절함>(민음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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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반성할 줄 모르는 국민은 절대로 흥성할 수 없다. 
역사적원리에 배반하는, 역(逆)의 논리로 가는 나라는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 
필요한 개혁을 주저하고 미루다가는 후퇴와 퇴보를 자초하게 된다.
다산은 「원정(政)」에서 "정치란 정의롭고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의 정치가 얼마나 정의로우며균등의 원리에 부합하고 있는가를 반성해보자.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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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시집 <이 시대의 아벨>(문학과 지성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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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도움도 받고,도움을 주면서 살아간다.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는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것은 아니다.
우린 스스로 감고있는건 아닐까?
사실에 대해서 눈감고,이익에 대해서 악착같은 모습이 있다.
누구의 삶이 행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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