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보선창의 꿈 / 전재복

조석으로 한번씩
황토물에 누런 베옷을 벗어 빠는 서쪽 바닷가
선잠 깬 어둠이 방파제를 어슬렁거린다

찰진 어둠을 벅벅 문지르며
밤새 잠못 들어 뒤척이던 물의 악보엔
분질러진 음표들만
오르락 내리락 파도를 두둘기는데
멀리 점 하나
점, 점,점...커지더니
만삭의 배 하나 몸 풀러 온다

서해 해풍과 우격다짐 끝에
별처럼 파닥이는 멸치떼 쓸어담고
꽃게 쭈꾸미 새우 박대
휘몰아 돌아오는 고단한 돛대 위
산티아고 노인의 낡은 깃발이 눈부시다
고래가 아니면 어떠랴
작은 저들이 하나씩 물고 온 별들
저마다 윤슬로 반짝이며
수런수런 교향악으로 출렁인다

흐벅진 해초로 엮은 밧줄에
포박되어온 붉은 해가
환하게 하루를 풀어 산청을 열 때쯤
울컥울컥 몸을 푸는 만선의 배
싱싱한 생명의 파닥임으로
왁자하게 살아나는 선창

다시 불끈 아랫배에 힘을 주며
희망을 순풍순풍 해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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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기는
이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나무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9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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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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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는 친구와 함께하지 못한 친구를 모두 기억하라."
"얼굴을 가꿀 생각을 하지 말고 너의 행위를 가꾸어라."
"동정 받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어라."
"모든 인간은 악하다."


출처: 처음서양고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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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유피테르: 신 중의 신, 천상의 지배자헤라/유노: 제우스의 아내, 가정의 신포세이돈/넵투누스: 제우스의 형제, 바다의 신하데스/플루톤: 제우스의 형제, 저승의 신아폴론/아폴로: 태양신, 예술의 신, 의술의 신데메테르/케레스: 대지의 여신, 곡물의 여신아테나/미네르바: 지혜의 여신, 전쟁의 여신아르테미스/디아나 달의 여신, 사냥의 신, 처녀 수호신아프로디테/베누스: 미의 여신아레스/마르스 : 전쟁의 신헤르메스/메르쿠리우스: 신들의 전령, 상업의 신, 도둑의 신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 불과 대장장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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