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독깨비 (책콩 어린이) 3
아이반 사우스올 지음, 손영욱 그림, 유슬기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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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인생은 상대평가의 연속 아니던가. '황금'이라는 물질 앞에선 인간은 '생명'이라는 존재를 우선으로 여길수 있을까. 인간은 얼마만큼 도덕적일 수 있을까. 하나의 선택으로 풍요로운 인생은 펼쳐질 수 있다. 기회가 눈 앞에 다가왔고, 그 것을 잡을 것인가, 놓을 것인가만을 고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걸까? 내안에 잠재된 선과악을 끄집어 내기 위해선 '여우굴 사건'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적어도 이 사건을 읽는 독자가 적절한 감정이입이 된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반드시 갈등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결말이 있는 이야기라 할 지라도 말이다.

 

이 사건은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지명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며, 여우굴을 경험한 실화를 토대로 어린이들을 고려해 알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저자가 다수의 작품을 출간하며, 어린이 전문, 그것도 재난 이야기를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기에 반가움도 더했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여우굴에 빠져 구조되기까지의 이야기라고 보면 문안하겠다. 주인공 '켄'이 외삼촌 댁으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기차에서 내릴 때는 곤혹을 치르면서 도착한 그 곳에서 사촌 '휴'와 야영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낯설은 사촌동생들과 외삼촌, 외숙모와 함께한 1박 2일은 켄에겐 너무 긴 시간이었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그 집 분위기에 놀러 온 것을 후회하기에 이르렀는데 안타깝게도 켄에게는 더 큰 재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켄과 휴는 우연히 여우굴을 발견하지만 불행하게도 켄만이 깊고 어두운 여우굴에 빠지고 만다. 구덩이가 여우굴인지, 중국인이 파놓은 갱도인지, 그 구덩이를 둘러싼 외삼촌 식구들은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기 바빴지만, 그들의 수다스런 의견은 켄에게 중요치 않았다. 사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남의 이목을 피해 켄을 구하려는 외삼촌의 의지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켄은 말하지 말았어야 할 사실을 입밖에 뱉어 버린다. 그가 발견한 금의 존재를 말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엔 걸상매듭을 한 밧줄에 몸을 맡기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였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고, 이젠 그의 목숨보단 황금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 돌변한 외삼촌과 외숙모는 어떤 그 무엇보다 냉정하고 무서운 존재로 변하게 된다.

 

여우굴 그 아래에 황금이든 뭐든지간에 굉장한 것이 존재할진 몰라도, 사람 목숨만 할까. 눈으로 직접 금을 보고 눈이 뒤집힐 수 있겠단 생각은 하지만, 순식간에 변한 인간을 마주 보기가 참으로 불편했다. 이런 것이 진정 인간의 내면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켄이 되어, 홀로 구덩이 안에 빠져서 구조만을 기다린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상상만 해도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여우굴에 빠져 구출되기까지의 이야기. 어떤 상황이 전개되며, 어떤 이유로 무사히 구출될 수 있는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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