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 이야기

신라인 이야기 -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
서영교 지음 / 살림 / 2009년 3월

표지를 보며 신라귀족과 왕들의 진귀한 보물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백마가 달리는 일러스트 역시 신라인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신라의 이미지는 내게 화려함, 승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에 말이다.

 

책을 펼치면서 점점 그 이미지는 다른 여러가지의 감정으로 바뀌어만 갔다. 신라 초기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상황이 전개된다. 신라초기 우로의 개죽음은 왜에게 치명적으로 자존심이 없음을 알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일신라가 된 훗날. 가짜 신라 왕자의 일본 천황 사기 사건은 교활하나 크게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하다. 나는 나름의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본다. 비록 역사이기에 새드엔딩으로 끝난 장보고의 죽음을 보면 착잡하기도 하지만, 역사를 보면 의로운 이의 죽음과 희생으로 대의를 이루곤 하는 모습도 엿볼수 있었다. 그 선택이 옳다, 그르다, 속단하긴 뭐 하지만 그들의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의연하고 의롭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신라의 연대기는 파란만장하고 마지막 승자로 자리매김하지만 고구려의 멸망은 마음이 아팠다. 어찌해 볼 수 없는, 끝나지 않는 싸움인건 말할 것도 없지만.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사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배신과 교묘한 이간질을 선생님에게 들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소인배답게 통일을 시켰구나. 그렇게 해야만 세상을 얻는 것인가 깊이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몰두하거나 골돌히 생각하진 않지만 그 땐 사춘기였던 만큼 더 민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견문을 넓혀 보면, 통일신라가 언제나 끝까지 독보적이진 못하다는 진리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훗날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숱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던가. 세상사 돌고 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과거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삶을 배울 수 있어서 역사에 관한 서적이나 고전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는 것 같다. 부자들도 꼭 챙겨보는 명서 아니던가. 이 책 역시 과거 역사를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서 신라를 알고 싶던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소설로서 신라를 만나고 싶은 사람은 미실이나 선덕여왕같은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