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 와일드 단편소설전집
오스카 와일드 지음, 최성진 옮김 / 북이데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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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설가로 생을 마감했던 그의 단편집.

 

작가에 대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는 독자로서, 나는 궁금했다. 대체 왜 그가 그렇게 호불호가 갈리는지.

사람들은 그를 '사회의 이단아', 또는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불운한 천재'라고 말한다.

실제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당시, 빅토리아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현대에 와서 찬사를 받고 있으니 후자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극작가이자 동시에 소설가이며 시인인 오스카 와일드는 위선 투성이 사회를 경멸하고 거부했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삶과 일맥상통하는 그는 46세인 조금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예술가에게 감옥이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그는 생전에 수감생활도 한 적이 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고인의 업작을 만나볼 수 있다니 느낌이 새롭고, 또 묘했다.

<별에서 온 아이>, <오스카와일드 환상동화>, <옥중기>, <살로메> 등 관심이 가는 소설도 있고, 옳은 말을 하는 그가 남긴 소설이니 꼭 읽어볼 생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낀 점은 역시나,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있다, 라는 것!

첫번째 소설, <아서 새빌경의 범죄> 편에 등장하는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휙휙~ 바꿔버리는 가벼운 이들. 자신의 명예에 집착하지만, 명예롭지 않은 이들의 모습과 미신을 믿는 모습들이 그렇다.

작가는 실제로 모조건 현사회에 충실하기만 한 빅토리아 시대의 무감각을 비판하고 있다는 해설을 보니, 더욱 내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의무에 대한 한 편의 보고서'로 소개되는 아서 새빌경의 범죄는 조금은 우스꽝스럽다. 미신을 그 정도로 신뢰해서 살인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으니까.

 

이야기는 손금을 잘 본다는 이유로, 연회장에 참석한 손금쟁이(포저스 씨)가 우연히 아서 새빌경의 손금을 봐주면서 벌어진다.

손금을 본 그가 남들이 아무도 없을 때, 은밀히 대화를 나누는데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서 경이 고지식한 건지, 손금쟁이의 말이 너무나 진실되어 보였든지간에 웃지 못할 진지함으로 살인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간다. 독자의 생각은 이렇지만 작가는 이 예언을 의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서 경이 계속 실패를 거듭하지만... 결국 마지막 살인에 성공하기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미묘한 심리묘사와 가족간의 관계, 그리고 먼 친척보다 더 소중한 미래의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예언에 대한 그의 의무감 등...

결과적으론 미래를 예언했지만, 사실 그 예언 때문에 살인이 벌어진 셈이다.

 

마지막에 공작부인의 말에 구역질이 살짝 나긴 했지만, 정말이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무모한 살인계획과 실천은 현실과 동떨어지긴 했지만.

마치 바보의 살인계획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인물의 내적 갈등은 공감이 되었다.

 

그 밖에도 정말 보고 싶었던 <행복한 왕자>를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평에 공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와일드가 언제나 옳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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