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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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세운 사망자의 악취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 머리에서

나도 모르게 진저리 쳐지며 욕지기가 더해지는 건

학자금 빚이 삼천에 졸업이 한 학기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150센티미터 간신히 넘는 키에 작은 눈, 큰 코, 작은 입, 큰 하관의

불균형한 얼굴의 외모로 취업은 좌절이요.

초등학교 무렵 주택복권에 당첨된 아빠가 계속 복권에 빠져 집안은 빈털터리가 되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병원에 입원, 병원비에, 생활비에,

죽어라죽어라 복권도 꽝, 인생도 꽝,,,

허덕허덕,, 살아갈 수,, 아니 살아간다기보다는 살인사건현장 청소부로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주인공 이경이의 인생 때문일른지도 모르겠다.

 

내 몸이 구럭이구나.”

발음이 어눌해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몸이 구럭 같다는 말만은 또렷하게 발음했다.

구럭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새끼를 꼬아 만든 망태기를 뜻했다.

망태기를 짊어져야할 몸이 그 안에 갇혀버렸으니 저절로 터져 나오는 한탄일 터였다.

아빠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그 구럭 내가 짊어졌소, !’하며 눈을 부라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 살 궁리에 바빴고, 점점 깊어진 아빠의 구럭은

이제 엄마 혼자 감당하게 너무 버거운 무게가 되어버렸다.

- [하품은 맛있다.] 174

 

보잘 것 없는 외모에, 부양해야할 가족,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어디 박이경 뿐일까?

아마도 그런 동질감에서 욕지기가 새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스피디하게 전개되면서 차가운 현실을 비유해 가고 있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가져온 유품 중 하나인 스노우볼,

꿈속에 등장한 아름답고 부유한 연예인 지망생 단아름다운

서로의 삶을 번갈아 살아가며 박이경은 그녀의 과거를

단아름다운은 박이경의 미래를 통해 현실을 위협하는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꿈을 통해서만 몸을 공유하며 5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두 여자는 섬뜩한 살해현장과 의식의 공유는 물론

몸까지 지배하려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긴장감을 더해간다.

 

못생기고 가난한 여대생과 화려한 연예인 지망생이란

뻔한 구도의 소설이라 생각한다면 오산!

과거와 미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소설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강지영의 소설은 그녀 특유의 감각으로

어렵지 않게, 하지만 단순하지 않으면서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음이다.

박이경과 단아름다운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구럭 같은 인생 속에 남겨진

그녀에게 과연 달콤한 꿈이 남겨져 있을까?란 씁쓸함을 품게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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