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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평점 :
2008년 8살 여자 아이가 성폭행 당했던 조두순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소설 <소원>은 ‘이것은 다른 누구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이다.’라는 나영이 아빠의 추천사로 시작합니다. “대변을 대신하는 주머니를 떼기 전, 아이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매일 똑같은 꿈을 꾸었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괴물에게 쫓기는 꿈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숨겨놓고는 마지막에 자신만 괴물에게 붙잡혀가는 꿈에 괴로워했다.” 8살 아이에게 추악한 성폭행을 저질러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하는 비극을 안긴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이제 출소 7년이 남았다고 한다. 참 기가 막힌 현실이다. 아이와 부모는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야하는데,,, 12년에 죄를 사한다니 말이다.
소설은 성폭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끄집어 내지 않는다. 사건 직후 아이와 부모의 심경, 그리고 섣부른 희망이나 위로도 전하지 않는다. 사실, 어찌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위로를 한다고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이제껏 쌓아온 삶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 버렸는데 말이다. 소설 속 주변인들 역시 그들의 아픔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다. 그저 바라봐 줄 수, 아니, 바라보기는 것조차 왠지 죄스러운 마음을 전할 뿐이다. 지윤이와 그 가족들은 지속적으로 좌절과 마주한다. 아마 미래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지윤이 엄마는 하루 두 번 항문을 대신하는 주머니를 갈아주며 걱정이 늘어간다. 주머니가 계속 지윤이 곁에 머물러 있는 한, 그놈의 기억은 지윤이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사춘기가 찾아오면 심한 우울증에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불안해한다. 아빠는 슬픔의 처량한 광기로 스스로를 방어와 좌절을 반복해 간다. 그 누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결국 가족의 사랑만이 답임을 우린 알고 있지만,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고 외면하는 이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가슴 아픈 현실을 견뎌가며, 자신들의 행복한 시간들을 더듬어가며, 아픔을 다독여가는 지윤이네 가족을 보며, 여전히 희망은 함께 나누는 작은 손길과 따뜻한 시선임을 절감하게 됨이다.
작가의 말 - 282쪽
아버님과 함께 나영이가 치료 받고 나오는 길을 동행했다.
“누구야?”
“소설가 아저씨야.”라고 대답했다.
눈물이 왜 그렇게 쏟아지려 하는지. 왜 나는 죄책감에 그렇게 서러워했는지.
어른으로서,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그저 지켜만 봤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밀려왔다.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왜 그렇게 죄책감이 드는지,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
저도 그렇게 서럽더군요.
*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의 소재원 작가가 소설 판매 인세 전액을
어린이재단의 아동안전보호사업에 기부했다고 하네요.
기부금은 성폭력 피해 등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보호사업에 사용될 예정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