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F 소설 [삼체]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지금껏 읽었던 중국 소설은 언제나 암울하고, 우울하고, 지저분하고, 의외로 에로틱한 소설들이었는데,, 중국 SF? 그것도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이 추천한 작품이라니,,, 어떤 소설일까 궁금함을 유발시켰음이다. 뭐,, 생각해보면 중국 과학기술계가 지난 10년간 국제학계에 발표한 누적 논문 수와 피인용 횟수에서 각각 세계 2위와 5위를 차지했다는 통계가 있으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어색하진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중국 SF소설? 으잉?’은,,, 괜스레 나혼자 만의 선입견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음이다. ^^;;;

삼체,,, 무슨 뜻이지? ‘삼체(三體)’는 세 개의 물체 상호 간 만유인력이 작용할 때 개개의 운동 궤도를 연구하는 물리학 이론으로 정확한 풀이는 아직 나오지 않은 과학계의 난제라고 하네요. 음,,, 정확하게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읽다보면 이해되겠지,,, 싶어 펼쳐든 소설은 나노 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왕먀오에게 군인과 경찰 스창이 들이닥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리학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두 달 간격으로 자살을 하고 그 과학자들의 공통점을 찾다보니 <과학의 경계>는 단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중 가장 최근 자살한 여성 물리학자 양둥,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모두 하나의 결과를 향하고 있다. 물리학은 존재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그녀에게 묘한 관심을 보였던 양둥은 과학의 경계에 몸을 담고 그 과정에서 이 모든 일이 가상현실 게임 <삼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왕먀오는 게임 <삼체>를 시작하고, 게임 속에서 세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기이한 삼체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은퇴한 천체 물리학자이자 양둥의 어머니인 예원제를 찾아가는데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는 그녀,,, 왜 그녀는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문화 대혁명의 광기 속에 남편을 반동분자로 몰고 자신의 영욕과 안위를 찾아 간 어머니를 둔 예원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조용히 살고 있던 예원제는 또 다시 반동분자로 몰리면서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특급 기밀 지역 <홍안 기지>로 들어가게 됩니다. 외계 문명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홍안 기지에서 천체 물리학 전공을 살려 전파 발사와 수신 업무를 맡은 예원제는 어느 날 밤, 몇 해 전 자신이 우주로 쏘아올린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받게 됩니다. 외계로부터 정보를 수신한 최초의 인류가 된 예원제는 기뻐하며 해석을 시작하지만, 그것은 경고였다. “경고한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는 순간 그곳의 위치가 파악되어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당할 것이다.” 하지만 예원제는 그들의 문명을 통해 추악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려합니다. 그들의 힘을 통해서 말이죠.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삼체 세계는 정말 그녀의 생각대로 초고도 문명을 지닌 외계인일까요? 초고도 문명의 외계인들은 삼체 세계에서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사실,,, 내용 면에서는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소설이었지만,, 중간중간 과학과 물리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음,,, 좀 난해했어요. 게임 <삼체> 역시 철학적이면서도 동서고금의 역사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고,,, 음,,, 어렵더군요. (하지만 왠지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떠올랐어요. 전혀 다른 장르긴 하지만,, 하하) 하지만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돋는 소설이었어요. 마지막 압권은 삼체인들이 우리에게 보낸 인간을 벌레라 칭했던 경고였어요.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메뚜기 떼를 보며 벌레는 쉽게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는,,, 그들이 벌레로 보는 인간 역시 녹록치는 않은 인류란 사실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왠지 찡했던,,, 그리고,,, 왠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SF 소설이지만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사회소설이라 불려도 될 정도의 중국 SF 소설 <삼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