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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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삼백육십오 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이 시 한 편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태풍 전야, 풍랑이 일 듯 한 바다 위 조각배 같은 섬 위에서

사람들은 위태로움 가득한 서러움을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우리 중 그 누가 섬 위에 살고 있지 않을까?

위태로운 섬 위에 사는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이었다.

숨지도,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저 인생이란 올가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음을,

결국, 사람 냄새를 찾아 섬 안으로 기어들어왔음을 본능적으로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도 사람 냄새를 찾아 헤매는 건 마찬가지니까,,,

 

여기선 모든 게 사선(斜線)이다. 빗발도, 침도 사선으로 떨어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게 빗금을 그으며 허공을 가른다.

빨랫 줄의 빨래도 사선으로 말라가고 담배 불똥도, 재도 사선으로 날아가 저만치 떨어진다.

바람, 바람 탓이다. 설거지도 바람의 짓이다.”

 

한반도 남단 <땅끝섬>, 모든 게 사선(死線)인 그곳은 위태로운 서러움이 가득한

우리의 어떤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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