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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평점 :
도깨비,,,하면 생각나는 혹부리 영감, 비상한 힘과 재주로 사람을 홀리고 짓궂고 심술궂은 장난을 치지만,,, 왠지 인간미가 넘치는 캐릭터가 바로 도깨비 아닌가? 일반으로 몸 길이가 8척 이상의 큰 남자로 적이나 청, 황색의 피부를 가졌고, 털투성이로 체구가 건장하며, 오그라진 머리털에 2개의 뿔이 나 있고,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의 띠를 매었는데, 손에는 무거운 철봉을 가졌으며, 눈은 하나나 두 개이고, 큰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는 이상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도깨비의 기본적 속성은 인간을 습격해 먹어버린다는 식인성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오는 <신>의 대극에 있는 흉악한 괴물이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부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모던 팥쥐전>, <거기, 여우 발자국> 작가 조선희의 신간 장편소설인 <404번지 파란 무덤>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지금껏 우리가 생각했던 도깨비와는 판이하다. 일단 잘 생겼다는 점, 슬픈 여자들에게는 행복을, 사랑이 간절한 남자들에게는 인연을 선물하는 정체불명 로맨티스트라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름도,, 참으로 순정만화틱하다. ‘공윤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눈 맞은 남자랑 도망가 여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여자가 병이 악화되면서 삶을 마감하려 고층 빌딩 옥상의 난간에서 파란 장미 꽃다발을 안고 곤두박질치려 하는 순간 여자에게 노래를 불러보라며, 그 혹 속 노랫가락을 듣고 싶다며 그녀를 김씨라 부르며 나타난 낯설지만 매력만점인 남자 ‘공’에 의해 죽음 대신 삶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왠지 <404번지 파란 무덤>에 등장하는 공윤후는 만화 <안나라수마나라>의 마술사와 닮아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나랑 같이 갈래? 내 친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면 내가 다른 마술도 보여줄게. 김씨에게 위로가 될 행운의 마술이지. 단, 모든 위로는 잠시 다녀가지만 그걸 평생 유효하게 쓰는 건 어디까지나 김씨에게 달렸다는 것을 명심해. 자, 이제 나한테 김씨의 이름을 말해줘. 내가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 25쪽~26쪽
못생긴 얼굴과 작은 키로 평생 연애 한 번 못 해본 병구는 미술학원 원장인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민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블로그 [공의 모든 것]에서 사랑을 이뤄주는 마술사 ‘공’의 이야기를 알게 됐고, 공을 찾아 소원을 빌게 된다. 그러나 교통사고 후 고기 식탐이라는 후유증을 앓게 된 민혜는 사실 병구 엄마가 죽어서 남긴 반지가 발현된 도깨비였던 것이다. 블로그 공의 모든 것을 운영하는 룸룸의 조언에 따라 공윤후를 찾아 병구는 공윤후의 심부름을 하게 되는데, 병구는 도깨비가 된 민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을까?
도개산 404번지, 전설에 의하면 도개산 단풍나무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찬하는 도개산 입구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고, 석하 네 집은 사람들에게 세를 내주는 하숙집이다. 어느 날, 노란 머리의 프란츠가 가장 음침한 구석방 하숙생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느 날 밤, 새벽 화장실을 가던 석하는 구석방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 빛은 도개산 404번지 파란 무덤으로 통하는 입구로 석하는 죽은 동생 동하를 살려달라 소원하며 프란츠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프란츠는 도개산에 들어가는 대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당부하지만 석하는 길을 두리번거리다 약속을 어겨 도개산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석하는 동하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설화나 동화, 신화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결합하면서 네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소설은 전혀 다른 얘기들 같지만 결국 하나의 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도깨비의 규칙을 일깨워준다. 하나를 얻으면 소중한 하나를 내 놓아야한다는,,, 도깨비들의 규칙만 그러할까? 우리네 인생도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마련 아닌가? 무엇을 선택할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싹함이 더해질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