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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평점 :
서울, 중국의 가홍, 후쿠오카,,,
어떠한 도시든 소설 속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은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어느 길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채이며 걸어가고 있다.
방현희 작가의 7편의 단편이 실린 [로스트 인 서울]은 참,,, 우울한 소설이었다.
사실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기 직전 밤 펼쳐든 책이었는데,,,
(정말 우연 같은 필연처럼 말이다.)
음,,, 첫 단편 소설인 서울을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그렉 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스트 인 서울]은
평범한 유학생인 그녀가 우연히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고,
방송관계자 ‘강’의 여자가 돼 고급아파트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의례적으로 생각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아름다운 여인인 그렉 안나는
방송의 화려함과 강의 내연녀로 포장돼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가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나름의 저항 아닌 저항, 반항 아닌 반항을 꿈꿔보지만,
그녀는 병든 도시 서울의 한 구석에서 도시의 병든 1인이 되어 간다.
[세컨드 라이프] 역시 암울하긴 마찬가지였다.
결혼 16주년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중국 가흥으로 여행 온 ‘나’,
하지만 그는 여행 온 중국의 가흥을 예전에 자신이 형과 함께 살았던 곳이라고 기억하고
그 생생한 추억들을 뒤죽박죽 회상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내는 그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며 핀잔을 하고, 현실을 직시하라 조언하지만,
아내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의 기억 속 추억에 머무르며 형의 투신자살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어내고 싶었던 것일까?
이렇듯 방현희 작가의 단편 소설 7편은 모두 몽환적인 가운데
현실을 도피하려는 모습이 짙게 배어있다.
온전히 안개에 둘러쌓여 헤어 나오기 힘든 섬처럼 말이다.
“그토록 행복했고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아무것도 없는 지금보다 나은 게 아닐까?
지금은 그 삶의 잔여로서 흘려보내고 있을 뿐인데,
이 하찮은 삶을 위해 기억을 버려야 하는 걸까?
- 세컨드 라이프, 77쪽
길을 잃은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자신도 길을 잃고 헤매이고 있을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도심 속 병들어 가고 있는 한 인간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