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담는 여자
김영리 지음 / 새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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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느 부부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기는 머리가 유난히 무겁고 비정상적으로 컸어.

아기는 자랄수록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위태롭게 다니다가 어느 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지. 다행히 머리는 깨지지 않았지만 아이의 머리카락에 금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던 거야. 그 때 부모는 아이의 뇌가 금으로 되어 있는 걸 알게 되었지. 부모는 아이가 크자 이렇게 말했어. 너는 뇌가 황금으로 되어 있는 특별한 아이란다. 이때까지 너를 힘들게 키워주었으니 네 머리에 있는 황금을 조금 떼어다오. 그러자 착한 아이는 머리에서 자신의 황금 뇌를 떼어 부모에게 주었지.”....

 

주인공 시연은 자신에게 시간을 팔아넘긴 구만석의 아들이자 시연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러 온 아직 어린 초등학생인 영일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황금 뇌를 갖고 있는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초등학생인 영일은 행복하게 살았을 거예요.”라며 해피엔딩일거라 확신하지만, 시연이 영일에게 말하지 않은 이야기의 뒷부분은 사나이가 자신의 머리에 황금 뇌가 있다는 걸 알고 나자 점점 사치스러워졌고, 머리에서 꺼낸 황금을 마구 써댔고, 사람들은 그의 머리에 황금이 넘쳐난다고 생각했지만, 황금은 쓰는 대로 즐어 들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사나이에겐 여자가 있었고, 그녀를 위해 황금을 쓰다가 결국... 김영리 작가의 <시간을 담는 여자>는 우리에게 시간의 유한함과 그 유한함 속 시간의 소중함,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 그리고 그 속의 무한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인간의 탐욕, 인간의 욕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가 김영리는 제 2회 삼성 리더스허브 문학상에 선정됐지만 전자책보다 종이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싶다는 소망에 수상을 포기했던 작가라고 하네요. 문학상에 선정되고서 과감하게 수상을 포기하기가 힘들 텐데,,, 도대체 어떤 작품을 썼을까 궁금함이 증폭되더군요. 시간의 유한함과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주제는 그리 신선해보이진 않았지만, 사람의 몸에서 시간을 빼 내, 그 시간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다는 소재는 흥미로웠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십 년째 놀고 있는 구만석은 돈을 벌어오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파파라치로 돈을 좀 벌다가 우연히 잠만 자면 100만원을 준다는 킬링타임 모텔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모텔 지배인 시연과 시간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시간을 팔게 됩니다. ,,, 잠을 자는 동안 내 시간을 좀 빼가는 것이 무에 그리 힘들어서,,, 란 생각에 자신의 시간을 팔게 되지만, 사람들은 점점 돈에 눈이 멀어 더 많은 시간을 뽑아내고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너무 멀리 와 버린 자신을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린 누구나 유한한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유한함 속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채 아쉬워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유한한 시간 속 무의미한 나날들이 참 많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유한한 시간은 그 누구도 측량 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습니다. ,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도 없는 거죠. 소설은 초반에 흥미로움에 내달리게 되지만, 시연의 복수도, 쏘반의 복수도, 만석의 복수도, 어느 것 하나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미약하다는 사실이 흥미를 조금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결국 나에게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내게 달려있는 것이고, 그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 그 순간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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