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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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얕보지 마라. 내 안에도 천지의 모든 기운이 들어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줄기라고 안타까워하지도 말아라. 한 번 잡으면 내 몸이 끊어지기까지 놓지 않는다. 너희는 언제 이렇게 목숨 걸고 무언가를 잡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단단하게 익어본 적이 있는가?” - 달려라, 돌콩 중에서 108

 

돌콩,,, 가녀린 줄기로 한 번 잡으면 끊어져도 꽉 잡고 있는,,, 목숨 걸고 잡아야하는 작지만 여문 돌콩은 주인공 공일의 모습 그대로다. 159cm 키에, 46kg, 18살 오공일, 일요일에 낳은 자식이라 반공일, 공일에서 따온 이름 공일은 마흔 일곱에 재혼한 엄마가 낳은 아들이다. 문제아들에게 시달리다가 싸움 끝에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를 끌고(훔친 차에 무면허로) 자신보다 28살 많은 씨 다른 형의 목장으로 도망쳐 온 공일,,, 이쯤 되면 덜컥 겁부터 나는 상황이 아니라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싶은 마음에 무작정 도망쳐버리고, 숨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을 것이다.

 

자신보다 2살 아래인 조카 도민은 잘 나가는 축구선수로 대학에 스카웃 돼 탄탄대로를 걷고 있고, 공일과 나이는 같지만 농고 축산과를 다니며 야무지게 자신을 다져가는 금주, 기수의 꿈을 꾸고 있는 고아영,,, 아무에게나 등을 내주지 않았던 또 다른 친구인 작은 소 '우공일'까지,,,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돌콩 오공일의 절박함은 그의 미래, ‘기수오공일로,,, 길로 안내해간다.

 

시큰한 느낌이 어금니에 느껴지면서 입 안 가득 비릿한 날콩 맛이 퍼지는 돌콩,,, <달려라, 돌콩>은 그런 비릿한 날콩 맛이 잔잔하게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외모면 외모, 학력이면 학력, 집안이면 집안,,, 뭐 어느 하나 받혀주는 것 없이 날 것 그대로의 공일에게 어느 순간 다가온 꿈이 자연스럽게 그의 모든 것이 돼 버리면서,,, 비릿한 그 날콩 맛 속 고소함을 가미한다. 그렇게 희망은 돌콩 인생에 한 자리를 차지하며, 므흣한 미소를 번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제주마 기수가 된 돌콩 우공일의 모습을, 자신이 지켜온 인생을 뒤로하고 훌쩍 떠난 도민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우직한 금주는 아마 농장주가 돼 있겠지?, 돌콩의 잠재력을 첫 눈에 알아본 아영의 눈빛은 여전히 돌콩을 향해있을까? 그들의 미래에 대한 상상 역시 날 웃음 짓게 한다.

 

청소년기를 거쳐 온 우리, 그 때 그 시절 완벽함을 요구했던 부모님들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부모님의 나이가 된 우린, 어쩌면 그 때 그 부모님의 모습 그대로인지도 모르겠다. 풋풋하고 덜 익은, 그래서 비릿한 아이들의 성장 속에서 우리는 완숙을 요구하기보다는 미숙함을 인정하는 용기와 더 나아가려는 노력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작지만 여문 우리 아이들이 달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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